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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재주는 미국이 부리고 돈은 K-조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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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6. 06. 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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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 MRO를 위해 미국 해군 4만톤급 군수 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호가 정박해있다. /HJ중공업
"미국이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는데, 기회 잘 살리면 수혜는 우리가 입는 것 아니냐."

최근 조선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해군력을 재건하기 위해 조선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집권 이후 조선업 재건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며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미국이 자국 조선업을 키우겠다는 이야기인데, 정작 현장에서는 미국 군함에 대한 유지·정비·보수(MRO) 사업에 관심이 더 있습니다. 적어도 향후 10년 안팎은 미국 조선업 부활의 최대 수혜자가 한국 조선업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한미 양국은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조선 협력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해군 함정 MRO 확대는 물론 LNG선과 상선 건조 역량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배를 짓고 싶어도 당장 지을 조선소와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대 조선 강국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 상선 건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한국 역시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미국 조선업은 사실상 군함 중심 산업으로 축소됐습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 대형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전무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숙련 용접공과 설계 인력도 부족하고 기자재 공급망도 상당 부분 무너진 상태입니다. 업계 다수 관계자는 "조선소를 새로 짓는 것도 문제지만 사람을 키우는 데만 최소 수십년이 걸린다"며 "미국이 단기간에 한국이나 중국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조선업 재건에 나설수록 역설적으로 한국 조선사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미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찾은 울산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는 녹슬어버린 미국 군함을 보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현재까지 한국 조선업계가 MRO사업으로 수주한 미군함정은 9척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수주한 물량만 보더라도 지난해 8월 HD현대중공업은 미해군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호를 수주했고, 한화오션은 2024년 8월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 같은해 11월에는 급유함 '유콘', 지난해 3월에는 보급함 '찰스드류'호를 수주했습니다. HJ중공업도 지난해 12월 미 해군 소속 4만 톤급 군수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를 수주해서 정비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선 분야도 비슷합니다. 미국이 LNG 수출 확대를 추진할수록 LNG 운반선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건조할 조선소는 사실상 한국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이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는 미국을 위한 정책이지만, 당분간은 한국 조선업계의 일감을 늘려주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미국 조선업 부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이 아니라 K-조선일거로 보입니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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