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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왜 지금도 대학에 기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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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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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한민국 혁신 위한 연구기금 필요
장학금을 넘어 연구기금으로 기부 확대해야
유병현 교수
유병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부는 시대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을 향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기부는 오랫동안 장학기금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장학기금은 더 많은 젊은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고, 대한민국의 인재를 키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 가치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은 많은 인재를 길러내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학은 이제 학생을 교육하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지식과 혁신을 창출하는 국가의 핵심 연구기반이 되었다.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기후변화 등과 같은 복합적 과제는 기초과학부터 공학, 의학, 인문·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이 함께하는 융합연구를 요구한다. 이러한 연구는 다양한 학문이 공존하는 종합대학이 가장 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런데 우수한 연구는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연구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정부 연구비와 산업체 연구비는 국가 연구개발의 핵심 재원이지만, 정책 목표나 사업화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축적이 필요한 기초연구와 도전적 연구, 새로운 융합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학에는 연구과제 중심의 연구비와는 다른 성격의 연구기금이 필요하다. 연구기금은 단순히 연구비를 추가하는 재원이 아니다. 세계적 연구자를 유치하고, 젊은 연구자와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국제공동연구와 첨단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새로운 연구 분야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생태계의 기반이다. 연구기금은 대학의 미래 연구역량을 키우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대학들은 이러한 연구기금을 민간 기부를 통해 꾸준히 축적해 왔다. 그런데 세계적 대학의 경쟁력은 소수의 거액기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동문과 시민의 지속적인 참여가 대학을 키우는 중요한 힘이 된다. 과거 미국 'U.S. News & World Report'가 대학 평가에서 졸업생 기부 참여율을 반영했던 것도 이러한 기부문화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KU PRIDE CLUB'은 월 1만원 이상의 소액 정기기부를 통해 2026년 6월 기준 126억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하여 생활비 장학금, 해외 교환학생 지원, '천원의 아침' 등 다양한 학생 지원 사업을 이어 오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만만한 기부' 역시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하는 소액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대학 기부가 일부 고액기부자의 몫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공익적 참여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 이러한 참여문화를 장학기금을 넘어 연구기금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거액 기부는 대학의 도전적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마중물이 되고, 수많은 시민과 동문의 작은 기부는 연구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지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정치자금기부금과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해 1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처럼, 대학 기부에도 국민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대학사랑기부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부자가 장학기금과 연구기금 가운데 목적을 선택하도록 하고, 대학은 기부금의 사용 내역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높여야 한다.

장학기금은 대한민국의 인재를 키웠다. 이제는 그 소중한 전통 위에 연구기금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할 때다. 대학에 대한 기부는 한 대학을 위한 후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기부문화가 뿌리내릴 때 우리 대학은 세계적 연구역량을 갖추고, 대한민국은 다음 도약을 위한 가장 든든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란의 기고는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유병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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