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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DNA 잇는 정기선… ‘해양방산’ 르네상스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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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6. 09. 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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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 '대호김종서함' 진수
첫 국산 전투함 '울산함' 개발 반세기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3척 모두 건조
첨단 함정 건조 역량 입증 조선업 선도
무인전력 등 미래형 함정 개발 도전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시선은 울산조선소 야드에 머물렀다. 우리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대호김종서함'이 바다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그의 가슴에는 감회가 교차했다. 조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조선업의 불모지에 세운 울산조선소. 반세기 전 아산이 세계를 향해 내디딘 도전의 현장에서 손자 정 회장은 해양방산의 새로운 미래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에게 이날 진수식은 단순한 함정 한 척의 탄생을 넘어선 이유가 있다. 아산이 일군 조선업의 유산을 이어받아 함정 수출과 유지·보수·정비(MRO), 유·무인복합체계 등으로 사업 영토를 넓혀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기술력을 국가 안보와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것, 정 회장이 그리는 해양방산의 청사진이다.

그 역사의 첫 장에는 아산의 과감한 도전이 새겨져 있다. 국내 조선산업의 기반조차 미약했던 1970년대 초, 정주영 창업주는 해외 금융기관을 직접 설득해 울산조선소 건설 자금을 마련했다. 조선소도, 기술도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 세계 시장을 겨냥해 조선업에 뛰어든 것이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던 도전은 한국 조선업을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출발점이 됐고, 오늘날 HD현대의 해양방산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정 회장은 아산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선박 건조를 넘어 함정 수출과 MRO, 미래형 무인전력까지 사업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아산이 조선업의 기반을 세웠다면, 정 회장은 그 기반 위에 해양방산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해야 한다.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은 그 도전의 현재를 보여주는 무대다. 정 회장에게는 선대가 일군 기술과 경험을 계승하는 동시에, 이를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아산이 울산에서 시작한 조선업의 역사를 해양방산으로 이어가는 것. 이날 진수식은 HD현대가 걸어온 50년을 돌아보는 자리이자, 정 회장이 열어갈 다음 50년의 방향을 가늠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30일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8200톤급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3번함인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강신철 국방부 장관, 김경률 해군참모총장,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과 국방위원, 울산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HD현대에서는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부회장과 주원호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는 총 350명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계 1위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리 조선산업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라며 "우리 조선산업이 초격차를 유지하며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도 함정 건조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올해가 HD현대중공업이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에 나선 지 50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이번 진수식이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며 "세계의 바다를 지키는 함정을 우리가 만든다는 사명감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번 진수식이 정 회장에게 상징적인 이유는 HD현대 해양방산의 역사가 정주영 창업주의 조선업 도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1976년 최초의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 연구개발에 착수하며 함정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이지스구축함과 잠수함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현재까지 함정·특수선 108척을 건조하고 20척을 해외에 수출했다.

대호김종서함은 이 같은 기술 축적의 결과물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07년 7600톤급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을 건조한 데 이어 2024년에는 8200톤급 정조대왕함을 해군에 인도했다. 이후 2번함 다산정약용함과 3번함 대호김종서함까지 건조하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사업을 이어왔다.

정 회장의 다음 과제는 함정 건조 실적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HD현대는 기존 함정의 성능개량과 MRO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유·무인복합체계와 무인전력 등 미래형 함정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함정 건조를 중심으로 형성한 기술과 사업 역량을 운용·정비와 차세대 전력 분야로 확장해 해양방산의 사업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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