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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가상자산 과세, 제대로 준비 안됐다면 유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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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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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기자
내년 1월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시행됩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소득에 대해서는 지방소득세를 포함 22%의 세율을 적용받게 됩니다.

하지만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체계와 집행 인프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실제로 얼마를 벌었는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고, 해외 거래까지 제대로 세금을 매길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가상자산은 국내 거래소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오가며 거래됩니다. 해외 거래소에서 매수한 가상자산을 개인지갑을 거쳐 국내 거래소로 옮기면 코인을 처음 얼마에 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입니다. 매입 가격이 불분명하면 이익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세금 고지서에 찍힐 숫자부터 믿을 수 있어야 과세도 설득력을 얻습니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세금의 그물이 촘촘해지는 상황도 경계해야 합니다. 해외 거래 정보를 국가 간에 교환하는 체계가 추진되고 있지만 참여 시점은 제각각입니다. 한국은 내년부터 첫 정보교환을 추진하는 반면 싱가포르·스위스 등은 2028년, 미국은 2029년으로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국내 거래는 쉽게 들여다보면서 해외 거래에는 사각지대가 남는다면 공정한 과세라 하기 어렵습니다.

손실을 다루는 방식도 납세자의 상식과 거리가 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한 해의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빼주지 않습니다. 과세 시행 후 첫해에 1000만원을 잃고 이듬해 500만원을 회복해도 두 번째 해에는 세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의 주머니는 여전히 500만원 비어 있는데 세법은 이익이 났다고 보는 셈입니다.

과세가 이미 여러 차례 미뤄졌다는 점에서 추가 유예에 대한 비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 따져야 한다는 지적 역시 옳습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제도를 예정된 날짜에 맞춰 시행한다고 정책 신뢰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준비 부족을 인정하기 싫어 시행을 강행한다면 혼란의 대가는 국민이 치르게 됩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국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과 함께 전문가와 업계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유예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유예 방침을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장의 우려를 살펴보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일입니다.

과세의 성패는 달력에 적힌 시행일을 지켰느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국민이 납득할 세금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걷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되 그 기간을 과세의 허점을 메우고 납세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매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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