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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의 미중 대결과 공존 ①] 속도전의 미국 vs 지구전의 중국: 향후 패권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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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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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한중연합회 회장
오늘부터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중국 전문가인 용인대 박승찬 교수의 [박승찬의 미중대결과 공존]을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항일전쟁은 지구전이며, 최후의 승리는 중국의 것이다." 1938년 마오쩌둥이 '논지구전(論持久戰)'에서 남긴 말이 다시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부터 나흘간 개최되었던 제20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5중전회)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열리는 두 정치 이벤트는 미중 양국이 얼마나 다른 시간표로 패권경쟁에 임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5년 단위로 움직인다. 이번 5중전회의 핵심 의제는 '전면 종엄치당(全面從嚴治黨)'이다. 올해 시작된 15·5 규획(2026~2030)을 실행할 당 조직을 다잡고, 내년 가을 21차 당 대회로 이어질 시진핑 4기 체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다. 다시 말해, 향후 5년의 정치·경제 플랜을 설계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자립자강과 신질생산력, 그리고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이라는 국가 목표는 여론이나 선거에 흔들리지 않는다. 지도부가 바뀌지 않으니 정책의 방향도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중국식 지구전의 가장 무서운 힘이다. 반면 미국은 2년마다 심판을 받는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1%로 1·2기를 통틀어 최저치다. 경제정책 부정평가는 68%에 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47%로 공화당(35%)을 12%p 앞서고 있다. 치솟은 휘발유 가격과 물가에 지친 민심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선거 예측 전문가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을 95%, 상원 탈환 가능성을 75%로 전망했다. 관세 폭탄, 미중정상회담 이벤트, 대두·보잉기 구매 약속 등 트럼프의 속도전은 결국 선거 시계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권의 향방은 어디로 갈까? 속도전과 지구전의 대결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책의 지속성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가면 예산과 입법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트럼프의 관세·감세 정책은 의회의 견제를 받고 레임덕이 빨라질 수 있다. 행정명령에 기대어 온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IRA로 도입한 전기차 세액공제는 트럼프 정부 들어 2025년 9월 말 폐지됐다. 반면 중국은 정반대다. 2014년 출범한 반도체 빅펀드는 1기·2기를 거쳐 2024년 3440억 위안 규모의 3기로 이어졌고, 2015년 중국제조 2025에서 시작된 기술자립 노선은 15·5 규획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으로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10년 넘게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방향으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2029년 1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트럼프와 달리, 내년 당 대회에서 4연임이 확정되면 시 주석은 2032년까지 같은 정책을 밀고 갈 수 있다. 시 주석은 그 시간을 기다리면 된다. 결국 미중 패권경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미국은 2년마다 돌아오는 선거 시계에 쫓기고, 중국은 5년, 10년의 시간표로 움직인다.

둘째, 협상의 주도권이다. 올해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스몰딜이었다. 중국은 보잉기 200대와 미국산 대두 구매를 약속하며 트럼프에게 선거용 성과를 안겨줬지만, 정작 반도체 수출통제와 타이완 문제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무역휴전 시한인 내년 1월 10일을 앞두고 성과가 급한 쪽은 미국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협상 카드가 달라지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희토류라는 지렛대를 쥔 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10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확대하자 미국이 곧바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낮추고 휴전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희토류 한 장의 카드가 미국의 관세 폭탄을 무력화시킨 셈이다. 대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대체할 수 있지만 희토류는 대체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AI·반도체 원천기술과 동맹 네트워크, 달러 패권이라는 최종병기가 있지만 조급할 수밖에 없다. 대중국 기술통제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는 초당적 상수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트럼프는 남은 2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더 큰 양보를 하더라도 중국과의 빅딜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바로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역시 내수부진과 부동산 침체라는 내부의 적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 선거 일정에 따라 출렁이는 단기 리스크와 중국의 장기 산업전략이 만드는 구조적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정권의 시계가 아닌 국가의 시계로 전략을 짜야 하는 이유다.

박승찬 교수는…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며, 용인대학교 국제교육교류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한중연합회 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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