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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사 관계자들이 주목했던 곳은 바로 미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월가)였다. 거대한 황소상이 있는 그곳은 세계금융 중심지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주식 거래가 매일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자주 몰려갔던 곳은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그곳의 초대형 투자사들이었다. 이들 투자사는 IMF 사태 직후부터 '코리아 데스크'를 확대 운영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다가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됐으니, 채권이 얼마나 되는지, 한국 투자를 멈춰야 하는지, 아니면 더 해야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지켜봤던 그들이다.
그랬던 우리는 IMF를 순식간에 이겨내고 3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수출 강국으로 말 그대로 '폭풍 성장'했다. 올 2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독일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로 눈부신 경제 성적을 이뤄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지난 8월의 전망치 0.3%를 세 배 이상 웃돈 1.0%의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를 비롯해 방위산업, 조선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가 이런 경제성장을 이룬 데에는 직접적 상관관계는 확실치 않지만, 한국 투자 설명회의 힘이 바탕이 됐을 것으로 믿고 싶다. 먹고살기 힘드니 우리를 도와달라고 간절히 외친 정부 및 금융사 등 관계자들의 덕분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은 나라가 망하기 직전 절박함을 바탕으로 미 행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투자사들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올 들어 9000선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5000선으로 급락했다. 전쟁 등 국가 위기가 아니고서는 수개월 사이 주가가 절반 가까이 추락한 것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주가 10000선 시대를 꿈꾸며 소중한 자금을 투자한 개미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주가 급락의 주요인은 외국인 탈출이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만큼 소중한 투자자는 없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가 급등하고 반대로 내다 팔면 주가가 급락한다.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돼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본격화한 이후 우리의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형국이다. 투자자들은 지금 주식시장 회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외국인의 귀환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 않은가. 그 외국인들이 바로 월가에 집결해 있다.
우리의 수출이 날로 증가하고, 경상수지가 사상 초유의 흑자를 내더라도 주식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기루 같은, 일시적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경제 성적표가 양호하다고 하더라도 국민, 특히 주식 투자자들은 지금 같은 양호한 경제 성적표와 주식시장의 괴리에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시선은 지금 온통 국내 정치에 쏠려 있지 않은가. 탄핵과 수사 분야 조직의 대대적 개편 등 국내 정치가 급변하는 동안 정작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월가는 시선 밖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코리아 데스크들과 워싱턴 정치권, 재계 인사와 과연 누가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는지 의문스럽다. 미 의회가 나선 쿠팡 사태를 보면 그 괴리감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정치 현안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는 현지 공관 공무원이 주재원들이 구태여 월가를 찾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관심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그런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로 '한국경제 설명회'다. 우리의 사상 초유의 경상수지 흑자나 폭풍 성장이 자칫 경쟁국의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에 대한 투자를 줄이려는 분위기는 있는지 현장에서 끊임없이, 수시로 파악해 봐야 한다. 한국의 수출이 급성장하면서 상대방 국가의 산업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해당국 정부에 물어봐야 한다.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월가를 중심으로 세계 투자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와 재계 관계자들이 뉴욕 한 복판에서, 워싱턴D.C.에서 한국 경제를 설명하는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은 손해될 게 전혀 없다. 외국인 투자 유치 여건을 개선한다는 발표에 그쳐서는 안 된다. 투자할 사람을 만나 직접 전해야 한다. 스킨십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순항하는 우리 경제는 언제 예기치 못한 태풍을 만날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경제의 실상을 투자자들과 외국 정부에 잘 설명해 지지 세력을 넓혀가는 일이다. 그래야 위기 때 쉽게 헤쳐 나갈 힘을 비축해 둘 수 있다. 월가 사람들은 지금 우리를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