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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10월에 축제가 집중되는 것은 역사적·경제적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추수를 끝내고 신과 조상에게 감사와 수확물을 올리는 제(祭)를 지내는 한편, 앞으로의 풍요와 무사한 겨울나기를 기원(祝)하는 시기가 바로 10월이기 때문이다. 곳간에 수확물이 쌓이니 친척과 이웃이 모여 먹고 마시고 춤추며 즐기는 것 또한 자연스러웠다. 동네 사람들이 당산나무 앞에 모여 빌고 제를 올리던 모습이 바로 '축제'의 원형이다. 일본의 '마쓰리' 역시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빌고 제사 지내는 행위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조상과 마을의 신에게 빌고 제사 지내는 일에 있어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마을 단위의 축제가 발달한 나라였다. 마을마다 당산제와 장승제가 있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와 새마을운동 시기를 거치며 마을 축제의 주요 무대인 당집과 장승은 미신으로 치부되어 모임 자체가 금기시되었다. 여기에 산업화로 농촌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주민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던 축제는 사라지고 관 주도의 행사만 살아남았다.
공공예산이 투입되고 해외의 성공 사례가 부각되면서 축제는 어느덧 '경제적 효과와 방문객 수'라는 투자 대비 산출물이 중요한 거대한 이벤트로 변모했다. 운영의 전문성과 상업성이 대두되면서 정작 주민을 위한 유희와 위로 같은 정서적 공감대는 자취를 감추었다.
축제의 형태와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사회적 트렌드와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은 젊은 층과 어린이들에게 '핼러윈'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전혀 다른 콘셉트의 행사를 여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그런데 최근 필자는 아주 흥미로운 마을 축제를 발견했다. 경북 영덕군 영해면의 묘곡리는 급격한 노령화로 마을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열린 '묘곡리 한마당'은 버려진 당집을 새롭게 수리하면서, 마침 10월 31일이라는 시기에 맞춰 핼러윈 콘셉트를 결합해 마을 축제를 기획했다. 마을의 오래된 당집과 어린이들이 몰려드는 핼러윈 데이가 만나면서, 주최 측인 주민과 관람객 모두가 만족하는 행사가 되었다. 게다가 주민과 인근 청년 예술가들이 함께 준비하면서 조용한 동네가 며칠 동안 왁자지껄해졌다. 비록 적은 예산으로 준비했으나 주민의 자부심과 행복감, 마을 홍보 등 그 효과는 엄청났다.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지역 축제도 물론 필요하다. 대형 축제는 그에 걸맞은 예산과 프로그램으로 '축제산업'의 길을 가면 된다. 그러나 축제의 본질을 돌이켜볼 때, 지금 우리에게는 마을 단위의 작은 축제가 절실하다. 인간 사회가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유지될 수는 없으며, 마을에서는 서로를 향한 위로와 정서적 연대감, 정체성 확인이 경제적 효과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에 점차 소외되어 가는 사회를 떠올려보면, 마을 축제야말로 자치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에서 확대되어야 할 사안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주민의 문화 자치를 이루어가는 소중한 길이 될 것이다.
/문화실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