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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젠슨 황과 미녀 스파이, 초리스크는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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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1. 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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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윤은기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세계 인공지능(AI) 혁명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영자 젠슨 황은 초성과를 창출한 경영자일 뿐 아니라 탁월한 리더십과 소탈한 생활방식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기술을 보는 통찰력, 미래를 읽는 안목, 조직을 이끄는 열정, 모범적 생활방식까지 갖췄다. 이런 경영자에게도 치명적인 위험이 닥칠 수 있을까?

뜻밖의 사건이 터졌다. 젠슨 황이 중국 정보기관의 스파이로 의심받는 여성 기업인과 연인 관계였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의 임원 앨리스 황이 중국 국가안전부에 포섭된 인물이라는 첩보를 확보했다. 이 여성이 젠슨 황에게 접근해 첨단 AI 반도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미국 당국이 두 사람의 연인 관계를 판단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물론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엔비디아는 통상적인 고객사 임원과의 만남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스파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실제 기밀 유출이나 불법행위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혹만으로도 미국 의회가 젠슨 황에게 비공개 설명을 요구할 만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현대 경영자들에게 섬뜩한 경고를 던진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기업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거대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X경영'에서 현대 경영의 핵심 과제를 두 가지로 강조하였다. 하나는 초성과(超成果)의 창출이고, 다른 하나는 초(超)리스크의 관리다.

과거의 경영은 더하기 경영이었지만 지금은 곱하기 경영의 시대다. 과거에는 자본을 늘리고 인력을 보강하며 시장을 확대했다. 위험도 비교적 제한된 범위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과 기술이 연결되고, 기업과 기업이 연결되며, 개인의 행동 하나가 세계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곱하기의 힘은 성과만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다. 위험도 증폭시킨다.

초리스크의 원인은 다양하다. 첫째는 초연결성이다. 작은 문제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된다. 둘째는 초가속성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대응할 시간조차 없이 피해가 커진다. 셋째는 복합성이다. 기술적 위험이 경제적 손실로, 경제적 손실이 정치·외교적 위기로 번진다.

여기에 반드시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인간적 취약성이다. 기업은 사이버보안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첨단 방화벽과 감시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의 인간관계와 판단까지 기술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신뢰와 친밀감은 협업의 자산이지만, 악의적인 접근에 이용된다면 위험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정보기관이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접근하는 이른바 '허니 트랩(Honey Trap)'은 오래된 정보공작 수법이다. 중요한 것은 첨단 AI 시대에도 인간적 취약성을 노리는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는 X경영에서 '곱하기 영(零)의 재앙'을 특별히 경고했다. 10+10+10은 30이지만 10×10×10은 1000이다. 이것이 곱하기 경영의 폭발력이다. 그러나 아무리 큰 숫자라도 영(零)을 곱하면 결과는 영이 된다.

기업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고객의 신뢰도 단 한 번의 치명적인 사건으로 무너질 수 있다. 최고경영자의 부주의한 판단, 보안의 허점, 부적절한 인간관계가 기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초리스크가 반드시 기업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외부의 악의적인 세력, 지정학적 갈등, 예기치 못한 인간관계에서도 발생한다. 아무리 유능하고 성실한 경영자라도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X경영 시대의 리더십은 달라져야 한다. 초성과를 창출하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작은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업을 지켜낼 수 있는 초리스크 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최고경영자일수록 자신이 위험의 예외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권한이 클수록 접근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영향력이 클수록 외부 세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만이 아니라 절제와 경계심이다.

젠슨 황을 둘러싼 이번 의혹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사건의 진위와 별개로 현대 경영에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초성과를 창출하는 경영자는 위대하다. 그러나 초리스크를 관리하는 경영자만이 그 성과를 지켜낼 수 있다. 초리스크는 예고장을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다.

※본란의 기고는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은기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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