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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심서 ‘염전노예’ 피해자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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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18. 11. 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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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공무원들이 장애인의 처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1심 판단 뒤집고 피해자 3명에게 총 8000만원 배상 판결
피해자 대리인 "국가와 지자체 책임 인정됐다"며 환영
염전노예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 측 대리인 최정규 변호사가 항소심 판결에 대해 “기쁘다”는 말과 함께 이번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장애인을 상대로 불법감금·폭행 등을 통한 노동력 착취가 드러나 충격을 줬던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3명이 국가와 완도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국가와 완도군이 김씨에게 3000만원, 또 다른 김모씨와 최모씨에겐 국가가 각각 2000만원과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이들 3명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인권유린’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장기간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며 “당시 경찰공무원이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이런 정황을 충분히 알았을 텐데도 필요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들의 부모마저 보호와 인수를 포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노동의 강요나 가혹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공무원들이 “장애인 피해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의 눈높이에 맞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실제 원고 중 한 명은 스스로 신안군의 한 파출소에 찾았지만 경찰에 의해 지역 염주에게 맡겨졌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공무원의 조치는 ‘정신 장애인이 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지, 이들이 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을 포기하면서까지 일가친척 없는 외딴 섬에서 강제 노동의 길을 선택하는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가 소속 공무원이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면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염전 노예 사건은 지적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는 장애인 2명이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 신안군의 외딴 섬에 끌려가 수년 동안 임금 없이 노동을 강요당하고 폭행·욕설에 시달렸던 사건이다.

이 사실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이후 경찰과 지방 노동청 등이 꾸린 점검반 조사 결과, 염전에서 20명의 임금 체불 근로자가 확인되는 등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잇달아 확인됐다.

김씨 등 피해자 8명은 2015년 11월 “국가가 고의 또는 과실로 경찰권, 사업장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신안군·완도군은 보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1인당 3000만원씩 총 2억4000만 원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이들 중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장애인 강모씨에 대해서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선고 후 “10년 넘게 피해 장애인 몇십명이 착취를 당했는데 지역 파출소나 근로감독관이 몰랐겠느냐는 의문을 던졌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그 위법성이 밝혀져서 참 다행”이라고 환영했다.

최 변호사는 “장애인으로서 쉬운 일이 아닌데 직접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까지 했던 피해자께서는 승소 소식을 전해듣더니 ‘정말이냐’며 크게 기뻐했다”며 “피해자들에게 뒤늦게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중세 노예 같은 이런 일이 21세기에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지적 장애인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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