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방울(1904~1961)은 명창을 넘어 ‘국창’으로 불렸던 20세기 최고의 판소리 가객이다. 고종·순종 때 국창이자 협률사를 조직한 김창환이 외숙인 임방울은 지리산에 토굴을 파고 독공을 하는 등 고된 수련을 거쳐 득음했다. 10여세 때부터 서편제, 동편제를 배워 자신만의 고유한 가풍을 수립했다. 일제 강점기에 한이 서린 가락으로 서민의 애환을 대변하며 소외된 민초들의 아픔을 위로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임방울이 부른 ‘쑥대머리’는 1930~1940년대 절망을 그려내며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임방울의 외손녀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박성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아드리아 국립음악원과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비씨 다르테 국제 콩쿠르, 세시나 리리카 국제 콩쿠르, 파도바 국제 콩쿠르, 디노 카라비타 국제 콩쿠르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 국내 뿐 아니라 유럽을 중심으로 오페라 주역 및 솔리스트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쳐왔다. 이달 초에는 이탈리아 알바시로부터 국제문화교류 최고 예술가상을 받았다.
‘소프라노 박성희, 국창 임방울을 그리다’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음악회는 9월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임방울 탄생 11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조손 관계인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그 접점을 찾아본다.
특히 임방울이 부른 ‘쑥대머리’가 이영조 작곡가에 의해 ‘기교 소프라노를 위한 쑥대머리’로 재탄생해 초연한다.
이영조 작곡가는 “임방울 선생의 ‘쑥대머리’는 판소리계의 큰 자산”이라며 “박성희 소프라노가 시대와 양식의 개념을 넘어 새로운 ‘쑥대머리’를 노래하는 것은 한국 전통음악에 뿌리를 둔 우리 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세계에 알리는 뜻 깊은 연주이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는 세계 정상급 국악·클래식 연주자들이 함께 한다.
‘K-클래식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임동창,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아쟁 연주자 김영길,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태평무 이수자이자 요요마&실크로드앙상블 단원인 장구 연주자 김동원, 서울시 청소년국악단장을 역임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철현금 연주자 유경화, 남원시립국악단 수석 단원인 명창 임현빈이 무대에 선다.
또한 플루티스트 주세페 노바, 피아니스트 안드레아 바케티, 바수니스트 조지명 등 세계적 연주자들이 이번 공연에 참여한다.
유영대 고려대 교수는 “임방울 선생이 두툼하면서도 맑은 고음을 거침없이 구사했듯 박성희 소프라노도 고음에서 두툼한 음색으로 탁월한 콜로라투라를 구사하는 최상의 가수라는 점에서 외할아버지의 예술혼이 격세유전 됐다고 할 수 있다”며 “가족의 화해와 통합을 다루는 내밀한 가족의례가 이번 공연의 깊은 뜻”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