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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은행에 남아있는 ‘계장’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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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0. 03.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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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업이 직급을 단순화하는 추세인 요즘, 은행에는 아직도 ‘계장’이라는 직급이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계장님’들이 근무하고 있죠. ‘계장’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직급으로 오래된 관료제 사회가 남긴 ‘유물’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계장 지급의 유래는 과거 은행에 통합 창구가 도입되기 전에 ‘수신계’ ‘대부계’ 등 계가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창구 담당 직원들이 업무 숙련도가 생기면 계장 직급을 줘 책임감을 갖도록 했다는 겁니다. 당시 창구 담당 직원, 이른바 ‘텔러직군’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계장님’들은 비정규직의 상징처럼 느껴지지도 합니다.

몇년 새 텔러직군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최근까지 텔러직군에 별도의 인사체계를 적용하긴 했지만 이 역시 기존 정규직 제도로 통일됐습니다. 그래서 은행 신입직원들에게 ‘계장’ 호칭이 돌아갔습니다. 또한 ‘만년 계장’도 없어지게 됐죠.

신입사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계장’ 직급이 남아있는 이유는 은행의 직급 체계가 그만큼 세분화돼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대부분 실무자와 책임자, 관리자급이 각각 나뉘어 있고 한 팀에서 각자가 맡는 업무도 세분화돼 다양한 ‘직급’들로 구분돼 있습니다. 한 은행 지점에서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해 직급 단순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불편해졌다는 웃지 못할 후기도 들립니다.

직급과 업무분장이 세분화돼 있으면 꼼꼼하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겨도 어떤 단계에서 해결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 반면 절차가 많아 빠른 일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고, 직급이 서열로 여겨지다 보니 ‘윗사람’ 눈치를 보게 되는 단점도 있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격의 없는 소통이 중요하겠죠. 은행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직급을 ‘매니저’로 통일했습니다. 조직 서열이나 눈치 보는 문화 없이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런 조직문화가 도입됐습니다. 또 일부 은행의 경우 IT부서에서는 일반직보다 단순화된 ‘선임-수석’과 같은 직급 체계를 도입한 곳도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구 외환은행과 직급 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4직급 체계로 맞췄습니다. 구 외환은행은 통합 전에 10직급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4직급으로 단순화한 것에 대해 직원들이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제 복잡한 직급체계는 구시대적인 관료사회의 유물이 되는 추세입니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은행권에도 혁신 바람이 거센 만큼 직급 체계 단순화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흐름이 은행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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