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개봉된 이 영화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돼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 이어 두 번째 흑백 영화를 만든 이유를 묻자 “‘동주’의 성과가 있어서 ‘자산어보’도 과감하게 흑백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선 시대를 흑백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흑백이라 색감이 없으니 질감으로 디테일을 표현했고, 미술과 분장·소품 등 전반에 걸쳐 질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 흑산도의 자연을 담는 것에 가장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촬영 시기가 여름이었던 탓에 3번의 태풍으로 고생도 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태풍으로 거칠어진 파도와 비가 멈춘 뒤 파란 하늘 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같은 노력으로 컬러 영화만큼 풍성하게 스크린이 채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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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쯤 ‘서학’이라는 제목으로 천주교 신자의 박해에 대해 그려보고자 했다. ‘자산어보’의 시작 배경이었다. 황서영이라는 인물을 다루려고 했으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 끌어낼 이야기가 부족했고, 2시간 안에 그려낼 수 있는 인물을 검색하다 보니 정약전이 떠올랐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정약용과 ‘목민심서’이지만, 그 책과 전혀 다른 의도로 쓰인 책이 ‘자산어보’란 것도 알게 됐다.
정약전이 흑산도 사람들과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유쾌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도 전한다. 이 감독은 “유쾌함이야말로 관객과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요소”라면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클라이막스를 가장 묵직하게 던지고자 수많은 유쾌함을 보여주는 걸로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쉼 없이 일하는 건 실패를 맛 본 경험이 있어서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잘된 영화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죠. 어떤 영화는 스코어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서 다른 영화가 범접할 수 없는 자기만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해요. ‘동주’가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는 것 같아서 생긴 자신감도 있죠. ‘자산어보’도 5년 혹은 10년 뒤 (대중에게) 인정받고 자리를 잡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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