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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유강희의 첫 에세이 '옥님아 옥님아-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가 걷는사람 에세이 23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강희 시인의 이번 산문집은 10여년 전부터 어머님의 기억이 총총하실 때 들었던 이야기를 메모 형식의 투박하며 정겨운 대화법의 둘만의 가족사가 눈길을 끈다.
어머니는 나물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나물 캐러 이 세상에 온 사람처럼 신이 난다. 스물한 살에 소금바우로 시집을 온 어머니. 봄이면 없는 살림에 산과 들로 나물을 캐러 다녔다. 물 만난 골에서 어둥굴로, 한개바우, 평풍바우로 혹은 박주지에서 캐 온 산나물들의 이름을 줄줄 꿴다.
- '취너물 뜯어 골짝 물에 설렁설렁' 중에서
아들과 어머니가 나눈 생생한 대화의 순간들, 어머니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무지개색 같은 언어를 보자기에 싸서 담는 심정으로 시인은 글을 써 내려갔다.
주변의 작은 존재들이 품은 온기를 포착하고, 천변에서 오리 보기를 즐기는 유강희 시인의 천진한 동심과 깊은 서정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책의 부제가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인 것처럼, 이 산문집은 독자들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를 향해 바치는 헌사다. 주름 많은 어머니의 손바닥에 아들의 손을 포갠다는 것은 어머니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행위인 동시에 하나의 심장에 또 하나의 심장을 포개는 일처럼 거룩하게 여겨진다.
구이(완주 구이면) 더 가서 시라우로 피난을 갔는디, 어디 쌀이 있어야제. 이모가 쌀을 이만큼 갖다줘서 아버지 두루마기에 받아 놓고 그걸로 밥을 해 먹었제. 반찬은 하나도 없고 오매가 간장 단지에 간장을 얻어다 그걸 찍어 먹고 그맀어. 어느 날은 이모가 오매보고 화장실로 오라고 허더니, 몸땡이에 삼베 한 필을 감아 가지고 와서 주더래.
─'옥님이 어릴 적', 27쪽
더불어, 어려서 떠나온 고향의 아련한 기억, 전주공단이 있는 가난한 팔복동 사람들, 쓸쓸함도 포근히 품었던 천변 풍경, 사춘기의 끝없는 울분과 눈물도 이 책엔 한데 뒤섞여 있다.
이 산문집을 유강희 시인은 "끝끝내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일들도 한식구처럼 따숩게 가슴을 맞대고 있기를 바랐다"고 썼다.
또 "올해 어머니는 우리 나이로 여든일곱이다. 좀 더 어머니가 건강했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기록해 두었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면서도 내가 쓴 글보다 어머니의 함몰된 오른쪽 유두와 기묘한 암석 같은 굽은 발톱을 보여 주는 게 백배 천배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마음을 못내 떨쳐내면서 한밤중 잠이 깬 나는 어머니, 하고 가만히 불러 본다."며 살아 계신 어머니의 끝나지 않는 긴 이야기를 책으로 펼쳐냈다.
유 시인은 1987년 19세 나이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돼 등단했다. 동시집 '오리 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예보', '손바닥 동시',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를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