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용인 등서 청약 미달↔춘천·원주 등엔 수천건 몰려
“금융 규제 속 지방 ‘똘똘한 한 채’로 선별 수요 집중”
|
4일 주택산업연구원의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에 따르면 8월 전국 지수는 7월 대비 21.9포인트 떨어진 75.1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주택사업을 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산출한 것으로, 100 이상이면 분양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100을 크게 밑돌며 시장의 위축된 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수도권 전망치가 급락했다. 수도권 지수는 지난달 113.9에서 이달 81.4로 32.5포인트 떨어졌다. 수도권 전역에서 일제히 부정적 전망이 강화됐다.
반면 지방은 같은 기간 93.4에서 73.7로 19.7포인트 하락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초과 금지 등 규제가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지방은 규제 적용에서 다소 벗어나 있어 청약시장이 상대적 활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정은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도권의 경우 6.27 부동산대책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매수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며 "지방도 수도권 규제 여파와 향후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 청약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주택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던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는 지난 2~3일 계룡건설이 '엘리프 검단 포레듀'의 620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청약 접수는 279건에 불과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로 주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던 경기 용인에서도 같은 날 대광건영이 '고진역 대광로제비앙'의 798가구를 모집했지만, 339건만 접수되며 흥행에 실패했다. 수도권 내에서도 대표적 개발 기대 지역에서조차 미달 사태가 이어진 셈이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청약 열기가 뜨겁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강원 춘천에 공급한 '레이크시티2차 아이파크'는 122가구 모집에 3337건이 몰려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미건설이 원주에 공급한 '원주역 우미린 더 스텔라'도 583가구 모집에 1만340명이 청약해 단기간 '완판'(100% 계약 완료) 기대감을 키웠다. 부산에서도 지난달 대우건설이 부산진구에 공급한 '서면 써밋 더뉴'가 758가구 모집에 2790명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도권과 지방의 청약시장 온도차가 '대세적 흐름'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규제 차이로 인한 수요의 '선별적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적용된 수도권에서는 자금조달이 어려워 청약을 포기하는 수요가 늘어난 반면, 지방은 연말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유예된 상황에서 입지와 미래 가치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과 지방 청약시장의 상반된 흐름은 경기 둔화와 대출 규제가 자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브랜드·입지·공급 특성을 갖춘 선호 단지에 수요가 집중되는 청약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