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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치솟는 ‘밥값’…대학 식당에 어르신부터 직장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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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09. 11. 18:32

한국외대 '외부인 출입 금지' 안내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 어쩔 수 없이
외식물가지수 5년 동안 25%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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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학생 식당. /김태훈 기자
"어쩔 수 없이 오는 거지. 밖에선 만 원을 더 줘야 해"

11일 오후 12시께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한국외대) 학생 식당에서 만난 이모씨(72)는 다 먹은 식판을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5월부터 일하는 날이면 매일 같이 학생 식당을 찾고 있다고 했다. '버거운 생계유지' 때문이었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이씨에게 일반 식당 밥값은 너무나 비쌌다. 실제로 한국외대 식당은 5000원 안팎인 반면 이씨 말처럼 일반 식당은 1만원을 웃돌았다. 두 배 이상인 것이다.

이씨와 비슷한 사정의 사람들은 더 있었다. 건너편 식탁에선 땀에 젖은 작업복을 입은 건설노동자 무리가 황급히 밥을 먹었다. 저렴한 가격에 왔지만 학생 식당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만큼 외부인들의 학생 식당 이용이 많다는 얘기다. 급기야 한국외대 측은 지난달 학생 식당 입구에 '외부인 출입 금지' 안내문까지 붙이기에 이르렀다. 다만 모두가 같은 사정이기에 외부에서 찾아온 이들의 식사를 거부하진 않았다.

한국외대 학생 식당 관계자는 "하루에 외부인이 100명 정도는 찾는 거 같다"며 "밥을 해 먹이는 입장에서 맛있게 식사하러 찾아온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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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서울캠퍼스 학생 식당 입구에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김태훈 기자
인근 경희대학교(경희대) 학생 식당도 비슷했다. 학생이 아닌 외부인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성들이 무인 식권 발매기 앞에서 메뉴를 골랐고 구석진 식탁에선 중년 여성들이 밥을 먹었다. 모두 외부인이었다.

경희대 측은 어르신부터 직장인까지 외부인들의 식당 이용이 제법 많은 편이라고 했다. 학생들도 외부인들이 종종 식당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지 않는 건 학생들도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들이 이곳 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공 계열 전공의 고모씨(26)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식당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 식당이지만 함께 쓰는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처럼 외식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외식물가지수는 124.56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과 비교했을 때 5년 동안 무려 24.6%가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김태봉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계속 오르다보니깐 저렴한 물건을 파는 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 식당에 외부인들이 찾는 것 역시 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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