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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판사 분리 놓고 갈림길 선 이탈리아 사법개혁…국민 투표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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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6. 01. 13. 10:28

사법 권한 재편 놓고 정부·야권 충돌…멜로니 개혁 노선 시험대
화면 캡처 2026-01-13 092643
판사봉 /게티이미지뱅크
이탈리아가 검사와 판사의 경력 경로를 완전히 분리하는 사법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며, 수사와 재판의 관계를 둘러싼 구조적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오는 3월 22∼23일 검사와 판사의 직무 전환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이 추진한 이 개혁안은 지난해 10월 의회를 통과했으며, 헌법 개정 사안인 만큼 국민의 직접 판단을 받게 됐다.

개혁안의 핵심은 사법부 내부 구조의 재편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검사와 판사가 동일한 시험을 통해 임용된 뒤, 경력 중 상호 직무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혁안이 통과되면 지원자는 시험 단계에서부터 검사와 판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이후 직무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 검사와 판사의 인사·징계를 담당하는 기구 역시 각각 별도의 자치 조직으로 분리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편이 사법부 내부에 고착된 권한 집중 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검사와 판사가 동일한 경력 트랙과 인사 체계에 묶이면서 수사와 재판의 역할 구분이 흐려졌고, 그 결과 사법부가 하나의 폐쇄적 엘리트 집단으로 기능해 왔다는 인식이다.

멜로니 정부는 이 같은 구조가 공공사업과 이민 정책 등 행정부의 핵심 정책 결정 과정에까지 사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이 돼 왔다고 본다. 지난해 감사원 판사의 반대로 시칠리아 현수교 건설 사업이 중단된 사례는 사법부의 영향력이 논란의 중심에 오른 계기로 거론된다.

반면 야당과 일부 법조계는 개혁안이 수사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사 조직이 판사와 분리될 경우, 행정부의 영향에 더 노출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수사 권한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법부 견제를 명분으로 한 개편이 또 다른 권력 편중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의 사법개혁 논쟁은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 권한이 과도하다는 비판 속에 수사와 재판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탈리아 정부는 검사와 판사의 경력 경로를 분리해 권한 집중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며, 한국 역시 검찰 권한 조정을 핵심으로 한 사법개혁을 추진해 왔다. 제도 설계는 다르지만, 사법 권력을 어떻게 분산하고 통제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인 셈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사법 제도 개편을 넘어 멜로니 정부의 개혁 노선에 대한 정치적 시험대로도 평가된다. 멜로니 총리는 개혁안이 부결되더라도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개혁 추진 동력과 정치적 입지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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