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에도 합의·설계 부담에 활용 미미
임금 감소 따른 노사 간 인식 격차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 평균 근로시간만 맞추면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시기에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기간에 줄이는 방식이다. 재량근로제와 간주근로제는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종을 전제로 한다. 제도만 놓고 보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수단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실제 도입 과정에서는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사전적인 근로시간 설계가 필요하고,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 대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노사 간 신뢰가 낮은 경우 제도 도입 논의가 시작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재량근로제는 미리 설계해야 하고 노사 합의가 필요해 도입 자체가 쉽지 않다"며 "제도가 있음에도 활용도가 낮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금 구조 역시 제도 활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연근로시간제는 특정 기간에 연장근로가 집중될 경우 가산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 손실 우려가 크다. 반면 사용자는 인건비 부담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인식 차이가 노사 합의를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연근로시간제는 사용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인식돼 왔다"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연장근로수당이나 가산임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 제도 활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나 근로시간 탄력화 제도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로자 개인이 신청하면 사용자가 이를 수용해야 하는 구조이고,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 감소가 명확하게 정리돼 있어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설계의 방향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도를 늘리는 방식보다는,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을 해소하고 실제 선택권이 작동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문제는 근로시간 제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쓰일 수 없다는 데 있다"며 "기존 제도가 왜 작동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노동시간 단축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