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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대체하며 美 LNG 의존 커진 유럽…트럼프의 ‘에너지 지렛대’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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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1. 27. 08:59

수입 비중 5%→25% 급증…트럼프 '에너지 압박 카드' 우려
그린란드 갈등 겹치며 "미국 중심 공급 충격에 더 취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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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눈 덮인 거리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선택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가 새로운 전략적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의 미국산 가스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를 통상·외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유럽 전역에서 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산업계와 가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이후 미국이 대규모 LNG 공급에 나서면서 러시아산 가스 공백을 빠르게 메웠다.

미국 항만에서 출발한 LNG 운반선은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주요 항만으로 향했다. 그 결과 2019년 말 기준 유럽연합(EU)의 가스 수입에서 약 5%에 불과했던 미국산 가스 비중은 2025년 25%를 넘어섰다.

NYT는 유라시아그룹의 에너지 부문 대표 헨닝 글로이스타인의 분석을 인용해 "유럽은 하나의 거대한 의존을 또 다른 의존으로 바꿨다"며 "당시에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치 환경의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통상 문제를 외교·안보 현안과 연계하는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 그린란드를 둘러싼 발언과 유럽에 대한 무역 압박은 미국이 확보한 에너지 우위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안소피 코르보 연구원은 "최근 유럽에서는 미국산 LNG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유럽의 미국산 에너지 의존을 오히려 부추겨 왔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체결된 무역 합의 과정에서 유럽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25년 미국에서 EU로 유입된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은 전년 대비 약 60% 급증했다고 유럽 싱크탱크인 브뤼겔 연구소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산 LNG의 유럽 유입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럽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는 있지만, 가정 난방과 제조업 공정에서는 여전히 천연가스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해 등 기존 유전·가스전의 생산량 감소와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신규 시추 억제도 자체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비중은 2025년 기준 약 12%까지 떨어졌다. 현재 EU 최대 가스 공급국은 비회원국인 노르웨이로 전체 수입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미국의 영향력이 가장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처럼 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석유·가스 산업이 민간 중심 구조여서, 공급 차단은 산업 경쟁력과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세 부과나 계약 조건 조정 등 간접적인 압박 수단이 활용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NYT는 전했다.

브뤼겔 연구소의 우그네 켈리아우스카이테 연구원은 "문제의 핵심은 수입 집중도"라며 "현재 유럽은 미국 중심의 공급 충격에 과거보다 더 취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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