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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4년 만에 최저 추락… 트럼프 “훌륭하다” 한마디에 둑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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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28. 12:36

블룸버그 달러 지수 2022년 이후 최저
금·비달러 자산으로 '엑소더스' 가속
연준 독립성·재정 적자·엔화 개입 관측 겹쳐 '셀 아메리카' 재점화
유로·파운드·엔화 일제히 급등… 무너진 '미국 예외주의'
JAPAN-YEN/NYFED
2022년 6월 16일(현지시간) 찍은 일러스트레이션 사진에 환율 그래프와 함께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지폐가 보인다./로이터·연합
27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가치가 2022년 3~4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단순한 환율 조정을 넘어,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침해 우려와 재정 적자 확대 등 구조적 악재가 겹치며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 균열이 재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의 매도세에 기름을 부었다.

Trump Iowa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클라이브에서 열린 집회에서 미국 경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AP·연합
◇ 달러화 가치 4년 만에 최저…자산 신뢰 균열의 신호

이날 외환시장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블룸버그 달러 스폿 지수(Bloomberg Dollar Spot Index)는 장중 최대 1.2% 하락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달러 인덱스 역시 2022년 4월 이후 최저 마감을 기록하며, 달러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JAPAN-YEN/BOND-INTERVENTION
외환 거래 회사 가이타메닷컴(Gaitame.com)의 직원이 26일 일본 도쿄(東京)의 딜링룸에서 미국 달러 대비 현재 일본 엔 환율을 표시하는 모니터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달러는 훌륭하다"…시장, 약세 용인으로 해석

이날 달러 급락의 직접적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오와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며 '달러 약세를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 훌륭하다(great)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보라. 달러는 훌륭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달러의 위상을 칭찬한 것처럼 보이지만, 월가와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백악관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달러를 선호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발언이 이미 약세를 보이던 달러에 추가 하락 압력을 가했다며 시장이 이 발언을 달러 매도에 사실상 '그린라이트(청신호)'를 준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이후 달러 스폿 지수는 낙폭을 확대하며 최대 1.2%까지 하락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가 '약(弱)달러'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기존 관측을 확인시켜 준 계기라고 평가했다.

스펙트라 마켓의 브렌트 도넬리 대표는 "트럼프의 발언이 현재 시장에 퍼진 약달러 선호라는 서사에 대한 일종의 비준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Iran Protests
한 환전소 직원이 2025년 4월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 페르도시 광장에서 미국 달러를 세고 있다. 이곳은 테헤란에서 외화 환전을 하러 가장 많이 찾는 장소라고 AP통신이 전했다./AP·연합
◇ '셀 아메리카'의 귀환…금·비달러 자산으로 '엑소더스'

블룸버그 달러 스폿 지수 차트는 이번 하락이 단기 이벤트가 아닌, 정책 신뢰 훼손에서 시작해 자본 이탈과 환율 압박으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가 다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를 발표했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가파른 4거래일 하락 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다시 '셀 아메리카', '디베이스먼트(debasement·가치 훼손) 트레이드'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달러·국채·주식 등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이머징마켓·비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뜻한다.

블룸버그는 "예측 불가능한 워싱턴의 정책 결정이 해외 동맹국과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위협 △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 연방정부 재정 적자 심화 등이 달러화 신뢰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러한 흐름은 투자자들을 금과 같은 경쟁 가치 저장 수단으로 밀어내며 금값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신흥국 외환 전략가는 "우리는 지금 비전통적인 촉매제들이 달러 약세를 주도하는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옵션·거래량이 보여준 달러 약세 베팅의 확신

이날 미국 뉴욕 외환시장의 데이터는 투자자들의 공포심과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단기 옵션 프리미엄은 2011년 블룸버그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또한 시장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듯 거래량도 급증했다. 전날 미국 증권예탁결제공사(DTCC)를 통한 외환 거래량은 2025년 4월 3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단순한 헤지(Hedge) 수요를 넘어 대규모 방향성 베팅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INDIA EUROPEAN UNION DIPLOMACY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오른쪽부터)·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EPA·연합
◇ 엔화 급반등과 미·일 공조 개입 관측…"모든 통화가 달러를 이긴다"

달러 약세의 또 다른 핵심 배경은 엔화의 급격한 반등이다. 블룸버그는 달러 하락의 일부가 엔화 강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3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딜러들에게 달러-엔 환율을 사전 점검(rate check)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일 외환 당국의 공조 개입 가능성이 시장에 다시 각인됐다. 이는 통상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전 단계(preliminary step)로 간주되는 조치다.

WSJ도 이를 두고 재무부가 엔화를 매수해 일본 통화를 부양하려 할 수 있다는 투기적 수요를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로와 영국 파운드는 약 4년 반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스위스 프랑은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도 3거래일 연속 급등했다. 이는 달러 약세가 특정 통화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통 현상임을 시각적으로 확인시킨다.

◇ 연준 리스크 확대…'미국 예외주의' 약화

달러 약세는 금리 변수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했고,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멈출 가능성이 높지만, 달러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은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와 차기 연준 의장이 저금리 성향일 수 있다는 관측이 달러의 '제도적 신뢰'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본다. WSJ는 이번 흐름을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의 약화로 규정했다. 다른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되면서, 미국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의 미툴 코테차 등 분석가들은 "달러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다시 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연방 요원의 미국 시민 총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국토안보부(DHS) 예산안 처리를 거부하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코페이(Corpay)의 칼 샤모타 수석 전략가는 "미국 정부가 또 다른 셧다운으로 향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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