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이런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 내서(Think the Unthinkable)' 쿠바를 향하는 선단을 돌리는 대신 미국이 이탈리아·튀르키예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하게 만들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그린란드 합병 요구도 강대국들의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생각해 낼' 가능성까지 고려한 의도 읽기를 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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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적(假想敵)의 위협이 높아질 때 먼저 가상적을 쳐 위협을 없애는 것을 '예방전쟁'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방전쟁'은 악용되기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나치의 부활을 막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이란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래서 침략 시비가 없는 예방외교나 예방조치의 교묘한 구사가 요구된다.
강대국이란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같은 핵을 가진 거대 국가를 가리킨다. '좀 잘산다는' 한·일·독은 물론이고 '핵을 가진' 영·불도 여기엔 끼지 못한다. 거대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냉전이나 신냉전은 강대국이 중규모 강국을 '말'로 쓰는 체스 게임이다. 게임에 들어간 강대국의 의도를 읽어내려면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해 내는(Think the Unthinkable)' 능력이 있어야 한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때의 미·소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거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개발해 낸 단계라 상대를 압박하려면 이를 전진 배치해야 했다. 6·25로 소련에 당한 기억이 있는 미국은 영국에 토르 IRBM 60기, 이탈리아와 튀르키예에 주피터 MRBM 30기와 15기를 배치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련은 미국에 뒤져 있었다. 그래서 생각할 수도 없는 생각을 해냈다. 미국의 '턱 밑'인 쿠바에 R-14 MRBM 기지를 만들겠다며 선단을 보낸 것. 이 담대한 도발에 미국이 함대를 동원해 대응하자 세계는 순식간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3차 대전이 일어나 인류가 공멸할 것이란 공포에 빠졌다.
KGB가 열심히 이 두려움을 부추겼다. 우회적으로 반미 선동을 한 것이다. 이 여론에 밀린 미국은 소련과의 담판에서 '소련은 쿠바를 향한 선단을 돌리고 미국은 이탈리아와 튀르키예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한다'는 합의를 해줬다. 소련은 원하는 것을 얻은 것이다.
지금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군사적인 압박과 경제 제재를 당하고 있다. 이 위기를 뚫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하고 반미의 베네수엘라에 접근해 값싸게 원유를 받아왔다.
미국에 체포되는 날 밤 니콜라스 마두로가 마지막으로 만난 이가 중국 특사였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CIA는 중국이 베네수엘라로 전략미사일을 실은 선단을 보내 미국 함대의 봉쇄로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를 구해주면서 동시에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철수하게 하는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고 보았을 수도 있다.
전략미사일을 실은 중국 선단이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고 하면 세계는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 전쟁할 수 있겠느냐란 여론을 만들 것이다. 그 순간 대한민국에서는 "미·중 전쟁의 유탄을 맞을 이유가 없다" "남의 전쟁에 말려들기 싫다. 미군 나가라"란 여론이 터져 나올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한·일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 압박할 수도 있다고 보았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미리 막으려면 베네수엘라에 전략미사일을 보내는 것은 괜찮은 방법이 된다. 미국은 이를 차단하려고 마두로 체포라는 '신의 한 수'를 펼쳤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역습을 받아 영토의 일부를 뺏겼던 러시아도 북한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어 북한으로부터 파병을 받아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고, 북한은 유엔 제재로 심화된 경제위기를 벗어나 반미의 깃발을 더 높이 들게 한 수를 발휘한 적이 있다.
1994년 북한은 있지도 않은 핵을 갖고 '서울 불바다' 공갈을 쳐, 미북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키고 제네바 합의까지 받아냈다. 벼랑 끝 전술로 싸우지 않고 노린 것을 얻어낸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가슴께라면 그린란드는 눈썹 위 정도가 될 것이다. 한반도 면적의 열 배인 그린란드의 인구는 6만명도 되지 않는다. 천지가 무인지경인 그곳에 러시아나 중국군이 들어와 전략미사일을 배치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반대로 미국이 그린란드에 전략미사일을 집어넣으면 러시아는 숨이 차지고 중국은 입맛을 다실 것이다.
예방전쟁은커녕 방어전쟁도 제대로 못 하는 나라에서나 미국이 석유와 희토류를 노려 베네수엘라를 치고 그린란드를 합병하려고 한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먹고사는 문제(경제)'보다 '죽고 사는 일(안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안보 소요(所要)가 많은 대한민국은 트럼프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거만하다고만 볼 일이 아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