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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전남·광주 행정통합 “지금 아니면 늦는다” 말 뒤에 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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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기자

승인 : 2026. 02. 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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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기자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을 놓고 가장 많이 반복된 말은 "현실"이었다. 어렵고, 민감하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설명들. 그러나 특별법의 내용을 끝까지 들여다보면, 이 '현실'이라는 말이 가리킨 것은 제약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지난 달 31일 더불어민주당 목포지역 시·도의원과 출마예정자 연석회의에서 김원이 전남도당위원장은 행정통합을 이렇게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놓친다", "최대 20조 인센티브는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 "통합 이후 서남권이 산업 거점이 되고 목포가 배후도시로 성장한다"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들이었다.

그러나 이 설명은 통합의 조건이 아니라 속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지금'이라는 말은 질문을 줄였고, '20조'라는 숫자는 판단을 압박했다. 무엇보다 통합의 실질을 묻는 질문, 권한은 어디로 가는가? 공공기관은 어떻게 재배치 되는가? 는 설명의 중심에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분명하다.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에는 공공기관 이전 조항이 없다.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분권 수단이 통째로 빠진 것이다. 행정통합이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는 주장과 달리, 국가 기능과 결정권의 이동은 법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았다.

공공기관 이전은 협상 끝에 좌절된 사안이 아니라, 끝까지 강하게 요구되지 않은 의제에 가깝다. 중앙정부와 충돌할 수 있는 문제, 지역 내부 갈등을 수반할 수 있는 문제는 아예 법의 바깥으로 밀려났다. 대신 통합의 명분은 재정 인센티브와 장밋빛 전망으로 채워졌다.

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 선택은 너무 분명했다. 갈등을 감수하며 구조를 바꾸는 길 대신, 갈등을 피하고 틀만 만드는 길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선통합·후설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굳어졌고, 그 '후설계'에 해당하는 핵심이 바로 공공기관 이전이었다.

문제는 이 방식이 통합의 성공 가능성을 키우기보다 오히려 줄인다는 점이다. 재정 지원은 한시적이지만, 행정통합은 되돌릴 수 없다. 산업 거점이라는 말은 설계 없이 반복됐고, 목포가 배후도시로 성장한다는 전망 역시 제도적 담보 없이 제시됐다.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구체적 장치가 빠진 통합에서, 지역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묻게 된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말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주민의 숙의와 판단을 위한 시간은 왜 늘 부족했는가? 그리고 왜 통합의 대가로 포기된 것이 공공기관 이전이었는가.

행정통합 특별법은 이미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평가다. 이 통합이 분권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책임 없는 속도전의 결과로 남을지는 앞으로 드러나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공공기관 이전이 빠진 이유는 현실이 아니라 정치의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통합의 방향을 그렇게 설명하고 이끌어온 정치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채웅 기자
정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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