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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대법관에 뻥 뚫린 하급심…사법부 인력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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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3. 17. 17:30

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도입에 재판 인력 부담 가중
연초 3개월 새 법관 62명 퇴직…하급심 인력난 지속
전국 법원장 간담회 개최
지난 12일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에서 전국 법원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으로 인해 사실심(1·2심) 판사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고질적인 인력난과 법관보다 로펌 변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사법부의 하급심 재판부 인력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공포되면서 오는 2028년 3월부터 3년에 걸쳐 대법관 수는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법관 수가 늘어나면 대법원 사건 심리와 재판에 관련한 조사와 연구업무를 담당하는 재판연구관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 대법관 한 명당 7~8명의 재판연구관이 배치되는 점을 고려하면 100여명의 법관이 사실심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 12일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도 거론됐다. 간담회에서는 사실심 재판부 인력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관 증원과 재판연구원 증원 등이 논의됐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행정처 차원에서도 법관 증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증원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실상 '4심제'인 재판소원이 시행된 점도 하급심 인력 확충 요인으로 꼽힌다. 헌법재판소(헌재)에 따르면 재판소원 시행 이후 닷새 만인 16일 기준 사건 68건이 접수됐다. 앞서 헌재는 연간 1만건~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판소원 도입이 되기 전인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헌재는 매년 2700여건의 사건이 접수됐다. 현재 재판연구관이 101명이므로 한 명당 27건의 사건을 담당했다고 본다면, 재판소원이 도입되면서 한 명당 5배가 넘는 사건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헌재는 사건이 폭증해 발생할 수 있는 심리 지연을 방지하고자 8명 규모로 구성된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 내 헌법연구관들을 둔 상황이다.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법관 이탈 역시 문제다. 17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퇴직한 법관은 6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퇴직한 법관 90명과 비교하면 연초부터 상당한 규모의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5년간 연도별 법관 퇴직자 수는 2021년 91명, 2022년 88명, 2023년 80명, 2024년 94명, 2025년 90명으로 매년 80~90명 수준을 유지 중이다.

가속하는 법관 이탈과 늘어난 사건으로 법관 정원은 꾸준히 확대돼 왔다. 법관 정원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214명이었으며, 2025년 3304명, 올해 3384명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정원이 늘었음에도 일정 규모의 퇴직이 이어지면서 실제 재판 현장의 인력 부담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직 법관들 사이에서도 인력 확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재판 실무현황 및 법관 근무 여건에 관한 실증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설문조사에서 각급 법원 재직 법관 3206명 가운데 응답한 940명 중 90%가 "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적정 증원 규모는 대법관·각급 법원 판사·재판연구관 등을 포함해 600명 수준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만 부족한 업무 시간을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최대 1000명까지 증원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로펌 변호사로 버는 수익이 더 크다 보니 '더이상 판사로서의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누가 본인의 미래를 걸고 보수는 절반으로 받으며 판사 생활을 수십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개혁으로 판사에 대한 존중과 대우가 과거와 달리 약해진 것도 크다"며 "하급심 인력난은 지속될 것이나 여건이 마련돼 있는 상태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했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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