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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이슈] 사상 최강 ‘슈퍼 엘니뇨’ 덮친다…흔들리는 아시아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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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6. 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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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해수온 평년보다 2.5도 높아…1950년 이후 최강 우려
비료·연료값 급등에 통화 약세 겹쳐 '복합 위기'
인도 식량 수출 막으면 세계 곡물시장 직격탄
ASIA-WEATHER/INDONESIA-FARMER <YONHAP NO-4608> (REUTERS)
지난 3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촬영된 인도네시아 서자바 치레본의 논 모습. 인도네시아 정부는 엘니뇨와 연관된 장기 건기 가능성에 대응해 농민들에게 즉시 재이앙하라고 권고했다/로이터 연합뉴스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5도 높게 치솟으며 수십 년 만에 최강으로 꼽히는 '슈퍼 엘니뇨'가 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아시아의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태평양에서는 평년보다 섭씨 2.5도 높은 해수온 상승과 함께 엘니뇨 발달이 시작됐다. 호주 기상청은 지난 16일 올해 엘니뇨가 "1950년 이후 관측된 가장 높은 수준에서 정점을 찍을 수 있다"고 밝혔고, 미국 기상당국도 '매우 강한' 엘니뇨가 될 확률을 3분의 2가량으로 봤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올해 엘니뇨가 "더 세게 강타하고, 더 멀리 퍼지며, 국경을 무서운 속도로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태평양이 열과 습기를 재분배하면서 어떤 지역엔 가뭄을, 다른 지역엔 홍수를 몰고 오는 기후 현상이다. 평년보다 강도가 센 슈퍼 엘니뇨는 더 넓은 지역에 더 오래 피해를 입힌다. 10년 전에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며 인도의 대두, 태국의 쌀, 베트남의 로부스타 커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유 생산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바 있다.

올해 슈퍼 엘니뇨로 인한 우려가 더 큰 이유는 농업 기반이 이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비료와 연료 가격이 치솟았고, 이 때문에 아시아의 많은 농민이 이번 파종기에 필요한 양보다 비료를 적게 쓸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역내 통화까지 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생산이 줄어들 시점에 식량 수입 비용은 오히려 비싸졌다.

시장에는 이런 우려가 이미 반영됐다. 아라비카 커피와 카카오, 설탕 선물 가격은 작황 충격을 예상하며 일제히 올랐다. 10년 전 슈퍼 엘니뇨 때 인도 대두, 태국 쌀,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팜유가 한꺼번에 무너졌던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커피와 초콜릿부터 식용유까지, 아시아에서 건너오는 먹거리 값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타격은 농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크다. 파키스탄과 라오스는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4%, 인도는 16%를 차지한다. 동남아시아에서 그나마 산업 강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조차 각각 14%, 13%를 농업에 기댄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카카오 농장을 일군 코라눗 라타냐뇽도 슈퍼 엘니뇨를 가장 두려워하는 농민 중 하나다. 더위와 강우 변화에 민감한 카카오 나무는 폭염이 길어지면 버티지 못한다. 그는 "수확량이 떨어지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식량 시장을 흔들 분수령은 인도다. 인구의 16%인 약 1억4500만명이 농업으로 생계를 잇는 인도는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자 주요 식량 수출국이다. 시브라지 싱 차우한 인도 농업장관은 지난 16일 고위급 회의를 열어 농민들이 가뭄에 강한 작물로 전환하도록 돕는 대책을 내놨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촉발된 비료난이 미·이란 평화협정 마무리와 함께 이제야 풀릴 조짐이어서 올해 농사철엔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

문제는 인도가 작황을 우려해 수출 빗장을 거는 경우다. 펀자브주 농민단체 대표 아자이 자카르는 "생산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인도는 식량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부터 인도네시아, 베트남까지 작황이 흔들리는 해에 인도까지 쌀 수출을 막으면, 그 충격은 산지 농가를 넘어 식량 수입에 기대는 도시의 밥상에까지 미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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