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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이 공식마저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민망하고,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하기엔 억울한 표정이다. 양당 대표 모두 책임론의 한복판에 섰지만, 어정쩡한 자세로 방어기제를 가동하고 있다. 승자 없는 선거가 책임 없는 정치로 이어진 아이러니다.
요즘 여권 인사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단연 '명청 갈등'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관계를 두고 "당심이 누구 쪽으로 기운 것이냐"는 질문부터 "어느 쪽에 설 것이냐"는 도전적인 얘기까지 나온다. 말은 질문이지만 사실상 줄 세우기다. 은근슬쩍 "우리 쪽에 더 신경 써 달라"는 뉘앙스도 풍긴다.
소속 의원들 입장에서는 선거 결과보다 자신의 '금배지 연명'이 걸린 차기 당권이 더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물밑 신경전은 치열하다. 여야가 칼을 빼 들고 싸우는 공개 대결과는 다른, 보이지 않는 칼질이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여권 넘버 1, 2의 격돌은 흥행면에서는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작품성은 실망스러웠다. 공항 의전 논란에서 이어진 정 대표의 '90도 인사', 순방 중 나온 이 대통령의 서릿발 치는 대여 메시지는 정치적 깊이보다 권력의 선정성만 드러냈다. 거물들의 노선 충돌이라기엔 가벼웠고, 집권세력의 전략적 조율이라기엔 둔탁했다.
현재 정청래 대표가 표면적으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자세를 낮추고 있지만, '당권은 내가 쥐겠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권력 주변의 예민함도 여전하다. 공천권을 쥔 사람 뒤에 줄을 서는 것은 여의도에서는 본능에 가까운 관성이다. 이 대통령도 괘씸죄를 묻기보단 "그러려니"하고 여의도 생리를 인정해야 마음이 편할지 모른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2 대 4'라는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장동혁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왜 졌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었으나, "혼신을 다한 선거"라는 자평과 함께 선관위 사태로 전선을 옮기고 있다. 그럴수록 내부 퇴진 요구는 반작용으로 커지고 있다.
두 대표는 서로 다른 진영에서 닮은 처지에 놓였다. 둘 다 선거 이후 책임론에 갇혀 있고, 버티기를 정치력으로 착각할 위험 앞에 서 있다. 양쪽 모두 출구전략이 필요한 순간이다.
정 대표의 출구는 이 대통령이 열어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통 큰 자세로 당정 관계의 질서를 정리하고, 정 대표에게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방식이다. '당정 일체와 국정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정 대표가 한발 물러설 퇴로를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출구가 보인다. 정 대표 역시 당권 집착보다 국정 안정이라는 명분을 택한다면 오히려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장 대표의 출구전략도 내부에 있다. 최근 보수층 결집과 지지율 상승 흐름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는 방식이다. "패배했으나 지지층 결집의 불씨를 살렸다"는 명분으로 소임을 마치고 물러나는 길이다. 떠밀리듯 추락하는 것보다 스스로 퇴로를 선택하는 편이 보수재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수의 핵심 가치인 원칙과 책임이라는 기준에서 판단하면 가야 할 길이 더 선명해진다.
물러나는 순간이 정치인의 다음 장면을 결정한다. 두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승부수가 아닌 품격 있는 퇴로를 여는 일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