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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사일 피해 ‘미끼’ 에어포스원 띄운 트럼프…국무·재무장관·기자단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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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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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경호국 "견착식 미사일 위협 신빙성 있고 임박"…트럼프, 공군기로 비밀 이동
최측근 3명·헤그세스, 공군기 탑승…루비오·베선트·기자 13명은 '미끼' 기체에
기자단, 안전·대통령 동선 기록 문제 제기
ENGLAND-US-POLITICS-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8일(현지시간) 영국 동부 밀든홀의 영국 공군(RAF) 밀든홀 기지에 도착한 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이곳에서 다른 대통령 전용기로 갈아탔다./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를 떠날 때 에어포스원을 겨냥한 견착식 미사일 위협이 '신빙성 있고 임박한(credible and imminent)' 것으로 판단돼 미국 공군 C-32A기로 비밀리에 갈아탄 작전의 구체적인 경위가 12일 추가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내식 운반 차량을 이용해 소수 측근과 이동했지만,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백악관 풀 기자단 13명은 '미끼' 역할을 한 구형 에어포스원에 남았다.

◇ 미 비밀경호국, 이란 미사일 위협 '임박' 판단…트럼프, 공군기로 긴급 이동

미국 비밀경호국(SS)은 지난달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이 앙카라를 떠나려던 때 에어포스원을 견착식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 정보를 입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비밀경호국은 이 위협을 '신빙성 있고 임박한(credible and imminent)' 것으로 판단했다. 소식통은 당국이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어 트럼프 대통령 동선을 감추는 작전을 마지막 순간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위협의 구체성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이 이란 측이 트럼프 대통령이 묵던 앙카라 호텔뿐 아니라 정확한 층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경악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국 당국은 에어포스원을 그대로 이용하는 대신 '기만(Misdirection)'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카메라 앞에서 구형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뒤 반대편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이어 유압식 승강장에 실린 기내식 운반 차량에 숨어 소형 C-32A기로 이동했다. 구형 에어포스원은 대통령이 탄 것처럼 별도로 출발했다.

공격 수단도 탐지가 쉽지 않은 무기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미첼항공우주연구소의 더글러스 버키 사무국장은 로이터에 항공기 엔진의 열을 추적하는 신형 미사일이 위협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무기는 탐지 가능한 전파를 내보내지 않아 기존 레이더 유도 미사일보다 포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버키 사무국장은 이란제 SA-67이 열추적과 레이저 유도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러시아제 9K333 베르바(Verba)는 견착식 열추적 무기라고 설명했다.

NATO-SUMMIT/TRUMP
미국 행정부·백악관 관리들과 백악관 풀 기자단 등이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에센보아 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 트럼프, 최측근 3명·헤그세스와 공군기로 이동…루비오·베선트, '미끼' 에어포스원에 남아

트럼프 대통령의 비밀 이동에는 오랜 측근들이 동행했다. 댄 스캐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나탈리 하프 보좌관, 월트 노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운영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내식 차량을 타고 C-32A기로 이동했다고 로이터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재선을 준비할 때도 곁을 지킨 인사들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도 C-32A기에 탑승했다. 다만 헤그세스 장관은 다른 일행과 달리 외부 계단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탑승했다. NYT와 WP는 이 장면이 헤그세스 장관을 해당 항공기의 최고위 탑승자처럼 보이게 하는 기만 계획의 일부였다고 전했다.

반면 구형 에어포스원에는 루비오 장관과 베선트 장관이 남았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보좌관과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마이클 니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윌 샤프 백악관 참모비서 등도 탑승했다고 NYT가 전했다. 로이터 특파원과 사진기자를 포함한 13명으로 구성된 풀 기자단도 같은 기체에 있었다. 이 비행기에는 고위 참모와 행정부 당국자, 취재진 등 100명이 넘는 인원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오 장관은 항공기 교체 작전에 관해 설명을 받았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WP는 다른 최고위 당국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은 대통령 유고 때 승계 서열에서도 부통령·하원의장·상원 임시의장에 이어 각각 4·5위다.

US-POLITICS-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8일(현지시간) 영국 밀든홀 공군기지를 출발한 직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형 VC-25A 에어포스원에서 신형 VC-25B '브리지 에어포스원'으로 갈아탄 뒤 미국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 중이었다./AFP·연합
◇ 백악관 풀 기자단, 비밀 작전에 안전·동선 기록 문제 제기…민주당도 의회 보고 요구

기만 작전은 동행 기자들에게도 철저히 비밀로 유지됐다. 구형 에어포스원에 탄 기자들은 이유를 듣지 못한 채 창문 덮개를 내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기에서 빠져나가는 장면을 보지 못했고, 대통령이 다른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작전은 실행 뒤에도 한 달 넘게 공개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란과의 적대 행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만을 계속 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이라고 판단됐다고 전했다. 백악관도 이후 구형 에어포스원과 C-32A의 전체 탑승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작전 전모가 뒤늦게 드러나자,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는 취재진 안전과 대통령 동선 기록의 정확성을 문제 삼았다. 재키 하인리히 WHCA 회장은 백악관 보좌진을 만나 대통령에 대한 독립적인 취재와 '정확한 역사적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풀 보도의 신뢰성을 훼손하면 개별 사건을 넘어서는 위험이 발생한다며 향후 비상 보안 상황에 대응할 절차를 기자단과 함께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NBC방송은 이란이 구형 에어포스원을 실제로 격추했다면 엄청난 인명 손실과 미국의 위신에 큰 타격을 주는 사건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NBC에 대통령의 안전과 보안이 최우선이라며 기자와 보좌진의 안전은 대통령과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주)은 대통령이 타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된 비행기에 남은 참모와 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의회가 보고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에르도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월 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 에티메스구트 공군기지에 도착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내가 탄 비행기가 더 위험"…AP, 한 달 넘긴 은폐의 이례성 부각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이 공개된 뒤인 11일 기자들에게 비밀경호국의 지시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탄 비행기가 실제로 더 위험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이용한 C-32A기가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협 때문에 겁먹지 않았다며 "솔직히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뭐가 됐든(Whatever!)"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전 당일 이후 기자들에게 "내가 가면 당신들도 가는 거다. 그렇지(If I go, you go. Right?)"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들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영국으로 이동하는 동안 자신들과 같은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AP가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위험 지역을 비밀리에 방문하거나 위장 항공기를 이용한 전례는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를 비밀 방문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첫 임기인 2019년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 사례에서는 일부 기자에게 사전에 알리거나 기자단이 대통령과 동행해 행적을 기록했다고 AP가 전했다.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인도에서 파키스탄으로 비밀 이동할 때도 복수의 비행기를 이용해 대통령이 탄 기체를 감췄다.당시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조 로카트는 기자들이 대통령이 어느 비행기에 탔는지는 몰랐지만, 클린턴 대통령이 기자들이 탄 비행기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사전에 설명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무언가를 숨기거나, 더구나 거짓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썼다고 AP가 전했다.

미국 정부의 비상 대응 계획을 다룬 '레이븐 록(Raven Rock)'의 저자 개릿 그라프는 대통령이 위장 비행기를 이용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을 방문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지속적인 비밀은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정 기간 누구도 미국 대통령의 상태나 누가 정부를 지휘하는지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면 "세계에 매우 위험한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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