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lip20260920222353 | 0 | | 9월 6일 일본 돗토리현 돗토리공항(애칭 '돗토리사구 코난공항') 도착구에서 '명탐정 코난'의 코난과 란이 여행객을 맞고 있다. 돗토리현은 지역 출신 만화가 아오야마 고쇼의 대표작을 공항과 관광자원에 접목해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돗토리=최영재 도쿄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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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로비로 들어섰는데 사람들이 곧장 출구로 향하지 않았다. 캐리어를 세워놓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부터 찍기 바빴다. 지난 6일 일본 돗토리현의 돗토리공항. 인기 만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코난과 란이 도착객을 맞고, 작품 속 '찻집 포와로'가 공항 안에 재현돼 있었다. 괴도 키드 조형물이 내려다보고, 돗토리사구의 낙타를 탄 코난을 그린 대형 그림도 있다. 공항 곳곳을 돌며 문제를 푸는 수수께끼 행사도 주말과 휴일마다 열린다.
공항은 원래 빨리 빠져나가는 곳이다. 이곳은 반대였다.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만드는 공항이었다. 그 효과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돗토리현에 따르면 2025년도 돗토리사구 코난공항의 항공기 탑승객은 42만2557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더 눈에 띄는 숫자는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공항을 찾은 일반 이용객이다. 연간 49만명으로 이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현은 "충실한 코난 전시 등으로 공항이 관광지화됐다"고 직접 평가했다.
 | clip20260920222712 | 0 | | 9월 6일 돗토리공항 착륙을 앞둔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돗토리현 서해안. 산과 바다가 맞닿은 일본 인구 최저 현은 공항을 '코난' 관광 콘텐츠로 바꿔 외지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돗토리=최영재 도쿄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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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일 현재 돗토리현 인구는 51만7405명이다. 일본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가장 적다. 단순 비교이지만, 한 해 동안 비행기를 타지 않고 이 작은 공항을 찾은 방문자 수가 현 전체 인구 규모에 육박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에서 공항을 단순한 교통시설로 남겨두지 않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관광 콘텐츠로 바꾼 것이다.
◇공항 이름부터 '코난'으로
돗토리공항이 지금의 이름을 얻은 것은 2015년 3월이다.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青山剛昌)는 돗토리현 북에이초 출신이다. 2014년 아오야마가 이미 현 서부에 있던 '요나고 기타로공항'을 거론하며 돗토리공항에도 코난 이름을 붙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주민과 이용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7%가 찬성했다. 이듬해 '돗토리사구 코난공항'이 탄생했다.
 | clip20260920224012 | 0 | | 일본 돗토리현 돗토리공항(애칭 '돗토리사구 코난공항')에 설치된 '명탐정 코난'의 코난과 란 조형물. 공항 곳곳에 코난 캐릭터와 전시물을 배치해 공항 자체를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돗토리=최영재 도쿄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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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꾼 것은 아니었다. 코난과 란 조형물, 작품 속 공간, 트릭아트와 촬영 장소를 잇달아 넣었다. '코난 탐정사'라는 전문 상점도 공항에 들어왔다. 현재 도쿄 하네다공항과 하루 5편씩 연결되는 지방공항이지만, 비행기를 타지 않는 사람까지 찾아오는 장소가 됐다.
돗토리현이 만화를 지역정책으로 끌어들인 것은 더 오래됐다. '게게게의 기타로'의 미즈키 시게루, '명탐정 코난'의 아오야마 고쇼, '아득한 마을로'의 다니구치 지로 등 유명 만화가를 배출한 것을 지역 자산으로 보고 2012년을 '만화왕국 돗토리' 원년으로 정했다. 만화를 관광과 산업, 인재 육성에 연결한다는 구상이었다.
 | clip20260920220423 | 0 | | 일본 돗토리현 돗토리공항(애칭 '돗토리사구 코난공항') 내부에 '명탐정 코난'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안내 패널이 줄지어 설치돼 있다. 돗토리사구와 온천·해안 등 지역 관광지를 코난 콘텐츠와 연결해 소개한다. /돗토리=최영재 도쿄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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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밖으로 나가도 코난은 계속된다
코난 관광은 공항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오야마의 고향 북에이초에는 JR 유라역에 '코난역'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역에서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까지 약 1.4㎞ 길에는 캐릭터 동상과 조형물이 이어진 '코난거리'가 조성돼 있다. 관광객이 한 시설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역에서 거리로, 상점으로, 전시시설로 이동하도록 만든 구조다. 후루사토관은 2025년 3월 누적 입장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한 작가의 콘텐츠가 장기간 사람을 불러들이는 관광자원이 된 셈이다.
외국인도 적지 않다. 돗토리현 통계를 보면 2025년 1월 후루사토관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4377명 가운데 한국인이 14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426명, 대만 62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코난이라는 콘텐츠가 일본 국내 관광객만을 겨냥한 자산이 아니라는 의미다.
 | clip20260920220504 | 0 | | 일본 돗토리공항 중앙홀. 대형 '돗토리사구 코난공항' 현수막과 함께 돗토리 특산물·관광지를 형상화한 대형 트릭아트가 바닥을 채우고 있다. 공항 전체를 '코난 관광공간'으로 꾸민 모습이다. /돗토리=최영재 도쿄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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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인구'가 줄면 찾아오는 사람을 늘린다
이 전략의 핵심은 만화 캐릭터 몇 개를 세우는 데 있지 않았다. 지방소멸의 가장 어려운 점은 줄어드는 주민 수를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돗토리가 택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정주인구가 줄어도 지역을 방문하고 머무는 '교류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공항에서 사진을 찍고, 코난마을을 찾아가고, 식사를 하고, 숙박한다. 관광객 한 사람의 동선을 교통·상점·숙박·관광시설로 연결한다. 앞서 취재한 온천이 '지나가는 사람을 하룻밤 머물게 하는 자원'이었다면 코난은 애초에 돗토리까지 오게 만드는 이유를 만드는 셈이다.
 | clip20260920220549 | 0 | | 일본 돗토리공항 국제선 출발구. 출입구 벽면까지 '명탐정 코난' 캐릭터로 꾸며져 있다. 돗토리현은 지역 출신 만화가 아오야마 고쇼의 대표작을 공항 전반에 접목해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돗토리=최영재 도쿄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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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현은 올해도 이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도에는 코난 관광객 유치 사업에 약 2755만엔, '만화왕국 돗토리' 사업에 약 6925만엔을 편성하고, 코난 열차의 디자인 변경과 애니메이션 방송 30주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작은 지방이 도쿄나 오사카처럼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대신 다른 지역이 그대로 가져갈 수 없는 '이곳에서 태어난 이야기'를 붙잡았다.
돗토리 취재의 출발점이었던 공항에서 그 전략은 가장 쉽게 보였다. 공항은 더 이상 목적지로 가기 위해 잠시 통과하는 곳만이 아니었다. 인구 51만명의 돗토리는 '코난'을 공항 이름에 붙였고, 그 공항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사람만 한 해 49만명이 찾아왔다. 지방소멸에 맞서는 돗토리의 방법은 없는 사람을 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찾아올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