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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첩] 범인과 연락되는데 경찰은 ‘수사중지’…묻힐 뻔한 사건 되살린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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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9.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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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안동지청 장유정 검사
대구지검 안동지청 장유정 검사(변호사시험 11회)가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민훈 기자
경찰이 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수사를 중지했던 1억6000만원대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피의자가 검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덜미를 붙잡혔다. 경찰은 피의자의 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수사를 중단했지만, 기록을 검토한 검사는 최근까지 담당 경찰관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 등을 확인해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지검 안동지청 장유정 검사(변호사시험 11회)는 경찰이 송부한 사기 사건의 수사중지 기록을 살펴보다 의문이 들었다. 피의자 A씨(29)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소재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게 수사중지 이유였다. 그러나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었다. A씨가 불과 몇 달 전까지 담당 경찰관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A씨는 2024년 6월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씨에게 접근한 뒤 연인 행세를 했다. A씨는 "좋아한다",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네며 B씨와의 교제를 이어갔고, 그는 같은 달 18일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세금 문제가 생겼다. 50만원을 빌려주면 갚겠다"고 속여 처음 돈을 받았다.

이후에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돈을 요구했다. 중간중간 일부 금액을 갚아 B씨를 안심시킨 뒤 다시 빌리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2025년 10월까지 759차례에 걸쳐 받아낸 돈은 모두 1억6020만5700원에 달했다.

경찰은 A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조사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2025년 11~12월 A씨와 담당 경찰관은 조사 일정을 논의하며 수차례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씨는 4차례 출석 연기를 요청하면서 불참할 경우 어떠한 책임이나 조치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

하지만 A씨는 담당 경찰관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대로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A씨의 주소지를 찾아갔지만, A씨 아버지로부터 "7~8년 전부터 연락이 끊겼다"는 말만 들은 채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은 채 지난 4월 수사중지 결정을 내리고 기록을 검찰에 송부했다.

장 검사는 A씨가 최근까지 경찰과 연락이 닿았고, 휴대전화도 착신되는 상황에서 곧바로 수사를 중단한 점에 주목했다. 피해액이 1억원을 넘는 데다 연인 관계를 이용한 사기라는 점도 고려했다. 그는 4월 14일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하며 체포영장과 실시간 위치추적을 위한 통신영장 등을 통해 A씨의 신병을 확보하도록 했다.

수사를 재개한 경찰은 약 3개월간 통신 수사 등 강제수사를 벌이며 A씨의 소재를 추적했다. 그 결과 A씨가 일정한 주거 없이 특정 숙박시설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고, 지난 7월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B씨로부터 받은 돈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 등에 사용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그는 별도의 스토킹 범죄로 재판도 받고 있었다.

장 검사가 수사중지 기록에서 발견한 작은 의문은 1년 넘게 759차례에 걸쳐 이어진 범행의 실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연락이 가능한 정황을 놓치지 않고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다시 따져본 것이 장기간 소재불명 상태로 남을 뻔한 피의자의 신병 확보로 이어진 것이다.

장 검사는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 이후 경찰이 계좌영장을 집행해 피해금의 사용처를 분석하는 등 추가 수사에 나섰고, 이를 토대로 A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청 전환 이후에도 제도와 수사기관 간 협력 환경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공소청 검사가 법률가의 관점에서 경찰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가 미진해 사건이 그대로 묻히거나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추가 수사나 피의자 신병 확보를 요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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