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임광현 국세청장이 14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전임자인 강훈식 비서실장 소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강훈식 전 비서실장이 지난달 21일 사의를 표명한 지 23일 만이다. 정치권에선 현역 국회의원이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는 점에서 '깜짝 발탁'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비서실장 인선도 미뤄지면서 여러 억측이 나온 게 사실이다. '구인난이 심각하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조차 고사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집권 2년차 청와대와 정부의 쇄신을 이끌어야 할 비서실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국정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이 훼손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국내외 난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임 신임 비서실장의 역할과 책임이 무겁다.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은 대통령의 구상을 정책으로 설계하는 기획력 및 부처와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무 능력이다. 기획력은 정책 우선순위 조정·결정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서실장은 단순히 현안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국정 철학과 부처별 상황을 고려해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와 현안을 추려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여권이지만 소위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과 대립이 선을 넘은 상황이다. 임 신임 비서실장에게는 발등의 불이다. 소통력과 정무 능력을 힘껏 발휘해 당내 갈등을 줄이고 대통령 리더십을 바로 세워야 한다. 대통령이 소모적인 정쟁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민생과 거리가 먼 진영 내부의 정치적 갈등은 국민적 피로감을 키운다. 장기화하면 국정 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동맹 위기론이 나오는 한미 갈등 악화, 매매가·전세가·월세가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뚜렷한 부동산 시장도 신임 비서실장이 긴급히 챙겨야 할 현안이다. 물론 외교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정책의 주(主)책임자지만, 비서실장의 판단과 조언이 각별하다. 여권 내부에서도 냉철한 현실 진단과 반성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사 시스템 혁신도 핵심 과제다. 김승원 전 법무부·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야기됐던 난맥상은 청와대 내부 인사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다. 임 실장이 추천·검증 체계를 철저히 손봐서 인사 문제가 국정 불안 요인이 되는 추세를 끊어내야 한다.
경제관료를 거친 정치인 출신 임 실장은 정치인 출신보다 다양한 국정 경험에서 오는 강점을 지녔을 수 있다. 정책의 한계와 예상되는 부작용을 일찍 간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통령의 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게 비서실장의 중요한 자질이다. 임 실장이 이 대통령의 추진력을 살리면서도 정책의 부작용과 여론의 경고를 놓치지 않고 전달하는 '레드팀'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