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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남산 고도제한 완화 2년4개월…주민들 “별로 기대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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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수 기자

승인 : 2026. 10.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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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회현동 등 중구 5개동 높이 규제 일부 풀어
주민 "용적률 완화 등 후속조치 없어 도움 안돼"
"중구, 주민들이 구성한 협의체와 소통 부족 아쉽다"
중구의원 "실제 생활환경 개선되도록 살펴 봐야"
남산 고도제한 관련 중구 회현동-필동1
25일 서울 중구 회현동 골목에서 바라본 남산. /정재훈 기자
"(남산 고도제한 완화 조치는) 한마디로 흉내만 냈지 우리 실생활에 도움이 안돼요. 지난 지방선거 때 공약이라 지킬줄 알았더니 바뀌지 않았어요. 구청에 기대하는게 별로 없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에서 만난 60대 주민의 답변은 냉랭했다.

서울시는 남산 경관을 지키기 위해 30년 이상 유지해오던 고도지구에 따른 건축물 높이 제한을 지난 2024년 6월 일부 완화했다. 이후 2년 4개월이 지났지만 남산 주변 주민들은 주거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실망했다.

규제 완화의 핵심은 공동주택 신축 시 2개층을 더 올려 지을 수 있도록 했고 , 호텔 등 관광숙박시설은 새로 지을 때 기존 높이를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일반주거지역은 종전 12~20m에서 16~28m로, 준주거지역은 종전 20m에서 32~40m로 고도 제한이 일부 풀렸다.

회현동, 명동, 장충동, 필동, 다산동 등 5개 동이 대상에 포함된 중구는 "남산 고도제한 완화, 30년 숙원 해소 노력이 '해피엔딩'을 맞게 됐다"며 축제 분위기였다. 당시 김길성 구청장은 "취임 2년이 지났는데 가장 큰 성과다. 각종 규제에 옥죄여 낙후된 중구도 이제부터 인구가 늘어나고 활력이 돌 것"이라고 밝혔다.


남산 고도제한 관련 중구 회현동-필동
25일 서울 중구 필동 골목에서 주민이 개와 산책을 하다가 슈퍼 주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하지만 주민들은 피부로 느낄 만큼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에서 고도제한이 완화됐지만 실효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도심재정비전략추진단 관계자는 "용적률도 그렇고 여기 지구단위계획도 건축을 활성화하기에는 워낙 극복해야 될 규제가 많아서 그것 하나 풀어졌다고 해서 주택 신축·개량 등 효과적인 것이 그렇게 많이 실현되지는 않더라고요"라며 실제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같이 주민들이 실제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높이 제한을 일부 풀어준 것 이외에는 나머지 규제가 그대로 이기 때문이다.

70대 필동 주민은 "용적률을 그대로 놔둔 채 고도제한만 풀면 집을 새로 지을 수가 없다. 서울시와 중구청이 이를 잘 알텐데 규제 완화가 더디기만해 답답하다"고 푸념했다.

주민들은 지역 여론을 전달하기 위해 관련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구청에서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구의원은 "일부 주민들은 원활한 협의체 활동을 위해 개인 돈 까지 갹출해가면서 남산 주변 개발을 위해 애를 썼으나 구청에서 달갑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 구청 측의 여론 수렴과정이 여러모로 아쉽다"고 전했다.

회현동의 작은 슈퍼 주인은 지난 22일 "요즘 돈있는 강남 아저씨, 아줌마들이 가끔 기웃거리며 집값을 물어 본다. 지난 1~2년새 집값이 꽤 오른 것 같다. 하지만 변한게 없다"고 말했다.

70대 여성은 "내가 여기 50년이상 살아 동네 사정은 잘 안다. 최근에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짓는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어 본 적이 없다. 규제가 풀렸느냐"며 되물었다.


남산 고도제한 관련 중구 회현동-필동
2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뒤 회현동에서 주민들이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다. /정재훈 기자
회현동, 필동 등이 지역구인 강현미 중구의원은 "남산 고도제한 완화는 주민들이 오래 기다려 온 일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지 못하다"며 "주민 입장에서는 건물을 더 높이 지을 수 있는 것보다 실제로 낡은 집을 고칠 수 있는지, 생활환경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높이 제한 하나만 풀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용적률을 비롯한 다른 규제가 남아 있고, 건축비도 만만치 않다 보니 주민들이 선뜻 신축이나 증축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규제가 완화됐는데도 실제 집을 짓기 어렵다면 무엇이 걸림돌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남산 주변 개발이 더딘 이유는 복잡하다. 건물을 더 높이 지을 수 있어도 용적률이 그대로면 개발 효과가 낮다. 소규모 필지는 건축비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 낮다. 남산 자락 특성상 경사가 심하고 좁은 도로 등 지형적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단독 필지로는 일정 규모의 건축이 어려워 인접 토지와 공동개발해야 하는데 토지 소유자간 이견조정도 난제다.

작은 필지는 공동 개발할 수 있도록 행정이 돕고, 주민들에게 금융 지원이나 전문적인 상담 등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다행히 경사가 심해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이 어려운 회현동은 '뉴빌리지' 사업이 확정돼 △공영주차장 건립 △경사지 도로 열선 설치 △지능형 CCTV 설치 등 생활안전 개선이 시작된다. 이 사업에는 모두 25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남산 고도제한 관련 중구 회현동-필동2
2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뒤 회현동에서 주민들이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다. /정재훈 기자
한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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