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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전작권 전환 ‘골대 이동’ 공방...26개 핵심 군사능력 미비점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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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10.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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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기존 조건 준수·북한 위협 대응 역량 강화"
국방부 "골대 이동"…김성회 대변인 "조건 충족 우선"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26개 핵심 군사능력 미비…일부 진전 없어"
하만주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나는 전시작전통제권(OPCON·전작권) 전환에 찬성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3~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거듭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그가 북한 위협과 계획 변경에 따른 '새로운 기준'을 언급하자 한국에서는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과 함께 미국이 '골대를 옮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 브런슨 "한국도 보호할 홈랜드"…전작권 전환 찬성 강조

브런슨 사령관은 12일 미국 육군협회(AUSA)와 14일 골드국제전략연구소에서 자신의 임무를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홈랜드(homelands)'와 양국 국민의 보호라고 설명했다. 미국 군사지휘관이 한국도 자신이 지켜야 할 홈랜드로 지칭한 것이다.

그는 전작권 전환을 "세계 최고의 동맹을 현대화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찬성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수년 전에 설정된 조건을 위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브런슨 사령관
마이클 플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골드인스티튜트(GI)와 한미동맹재단이 공동 개최한 '인도·태평양 서밋'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군복 소매에 새겨진 해외 전투지역 복무 경력 표시 줄무늬를 가리키며 한 줄이 6개월의 복무를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브런슨 사령관의 줄무늬가 10개로 총 60개월(5년)에 해당한다며 그의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강조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브런슨, 연합훈련 분산 제안·지도 뒤집어 한국 전략적 위치 강조…플린 "브런슨, 큰 비전 가진 지도자"

브런슨 사령관을 단순한 전환 '조건 강조론자'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가 제시한 군사전략에 있다. 그는 AUSA에서 연간 두 차례 대규모 지휘소 연습에 집중하는 한미연합훈련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습득하는 전술을 고려해 제주부터 경기도 북부까지 지휘부를 분산하고 합동성을 강화하자는 구상이다.

1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14일 골드국제전략연구소에서는 지도를 뒤집어 보면 한국의 전략적 위치가 새롭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를 남북 대결에 국한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전체의 전략적 공간에서 바라보자는 접근이다.

골드국제전략연구소 회장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런슨 사령관을 회의장 밖에서 맞이하고 행사 뒤에도 배웅했다. 그는 브런슨 사령관을 "큰 비전을 가진 지도자(big vision type leader)"라고 평가했다. 그의 전작권 발언도 전환 지연 주장으로 단정하기 전에 군사전략의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런슨 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도를 가르키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브런슨 "역대 SCM·MCM 공동성명 보라"…안보 환경 변화와 '골대 이동' 구분해야

브런슨 사령관은 13일 CSIS에서 역대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 공동성명을 살펴보라고 했다. 전작권 전환이 양국의 오랜 합의와 협의에 따라 추진돼 왔다는 점을 환기한 것이다. 이튿날에는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지금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밝혔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이 발언이 전작권 논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가 합의한 공식 전환 조건을 바꿨다고 말하지 않았다. 2015년 SCM에서 합의한 조건 기반 전작권 전환계획(COTP)의 세 번째 조건은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다. 안보 환경 자체가 이미 조건에 포함돼 있다.

변화한 북한 위협을 기존 조건의 평가에 반영하는 것과 합의에 없는 조건을 일방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다르다.

에이브럼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한미군전우회(KDVA) 주최 '국방·외교 대화'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은 내퍼 전 주한 미국대사 대리(전 주베트남 미국대사)./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에이브럼스 "핵심 군사능력 일부 진전 없어"…김성회 "조건 빨리 충족"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골대의 위치보다 공이 어디에 있느냐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한미군전우회(KDVA) '국방·외교 대화'에서 전환의 첫 번째 조건에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과 26개 핵심 군사능력의 획득·배치, 미국이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가교 능력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받은 비공개 보고를 근거로 "여전히 여러 미비점이 있다"며 "갈 길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요한 일부 항목은 진전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어 항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가속화'란 필요한 군사능력에 예산과 자원을 집중해 조건을 100% 충족하면서 일정을 단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한 핵심 능력에 미비점이 남아 있다면 '골대 이동' 공방만으로 전환을 앞당길 수 없다. 무엇이 부족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의 17일 발언이 주목된다. 그는 "조건을 빨리 충족해 전환해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조건이 잘 충족될 수 있도록 국방부와 협조하고 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환 시한보다 조건 충족을 앞세운 발언은 2015년 SCM의 조건 기반 전환 원칙과 브런슨·에이브럼스 두 사령관의 입장에 부합한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추는 과정이어야 한다. '골대 이동' 논쟁이 정작 보완해야 할 핵심 군사능력을 가려서는 안 된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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