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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공룡’ 앱러빈에 도전장…실리콘밸리서 승부 건 한국인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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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기자

승인 : 2026. 10. 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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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7명 뭉쳐 AI 광고 스타트업 GIGR 설립
72억 초기 투자 유치…제작~성과 개선까지 자동화
조재연 GIGR 대표.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제대로 알리지 못해 실패하는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


게임 개발에 몰두하던 엔지니어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가 선택한 시장은 디지털 광고다. 인공지능(AI)으로 광고 제작부터 성과 분석까지 자동화해 기업들의 마케팅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AI 마케팅 스타트업 GIGR를 설립한 조재연 대표의 이야기다. 그가 궁극적으로 만들려는 기술은 이른바 '광고의 초지능'이다. AI가 고객 반응과 과거 광고 성과를 학습하고 다음 광고의 효과를 예측해 전략까지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앱러빈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GIGR는 AI 광고 플랫폼 '플레이애드(PlayAd)'를 개발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최근 서울에도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지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AI 마케팅이 오는 미래는 명백하다"며 "다음은 누가 그 자리에 서 있을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 잘나가던 게임회사 떠나…엔지니어 7명의 도전

조 대표는 게임회사 베이글코드에서 보낸 시간을 '인생의 황금기'로 기억한다.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했고 회사도 빠르게 성장했다.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오랫동안 품어온 창업의 꿈을 미룰 정도였다.


그는 "회사 생활이 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창업을 미루지 않았나 싶다"며 "비전을 공유하던 지인들과 함께 사업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업을 결심한 뒤에는 고등학교와 대학, 직장에서 인연을 맺은 동료들을 모았다. 자신을 포함해 7명의 공동창업자가 뭉쳤고 이 중 6명은 엔지니어다. 모두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창업에 뛰어들었다.


조 대표가 동료를 선택한 기준은 화려한 이력보다 실력이었다. 함께 일하며 능력을 확인한 이들을 그는 '숨겨진 보석'이라고 불렀다. 공동창업자가 많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창업 후 1년 넘게 이탈자는 없었다. 전체 구성원은 10명으로 늘었다.


올해 1월에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참여한 초기 투자 라운드에서 540만달러(약 72억원)를 유치했다.


◆ 광고 만들고 성과까지 학습…'플레이애드'로 승부

조 대표가 광고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개발자로서 경험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하는 일은 별개라는 판단에서다.


"사업에서 중요한 건 잘 만들고 잘 파는 일인데 많은 창업자가 잘 만드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광고를 쉽게 만들면 기업이 제품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GIGR가 개발 중인 플레이애드는 이미지와 영상뿐 아니라 이용자가 화면을 누르며 직접 체험하는 광고까지 제작할 수 있다. 게임 설치 전 일부 기능을 경험하는 광고가 대표적이다.


핵심은 광고 제작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고객 반응을 분석해 성과가 높은 광고를 찾아 개선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디지털 광고에서는 완성도와 성과가 꼭 비례하지 않는다"며 "화려한 광고보다 실제 성과를 학습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사의 사업과 과거 광고 성과까지 이해하는 AI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광고비 대비 매출을 나타내는 광고수익률(ROAS)을 유지하면서 광고 집행 규모를 늘리는 것이 목표다.


AI 광고 서비스가 늘어나며 시제품 제작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실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제품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AI 시대에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줄 아는 팀이 생각보다 드물다"며 "기술을 구현하고 유지하면서 규모를 키우는 능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실력만큼 중요한 협업…한국과 미국 잇는 인재 육성

GIGR라는 이름은 '주는 사람들의 터전'이라는 뜻의 '기버스 그라운드(Giver's Ground)'에서 따왔다. 자신의 성과만 챙기기보다 동료를 돕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대학 시절에도 학생회장을 맡아 기부를 이끌고 장학금과 과외로 마련한 돈을 동료들의 유학 비용에 보탰다. 그는 "당시에는 저보다 똑똑한 친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미국에 있는 그 친구들에게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에서도 협업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지원자와 몇 주간 실제 업무를 함께하며 기술 역량뿐 아니라 문제 해결 방식과 동료를 대하는 태도를 살핀다.


그는 "과거에는 문제를 혼자 깊이 파고드는 엔지니어가 좋은 인재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AI도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며 "사람뿐 아니라 AI와도 협업할 수 있는 소통 능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인재들이 미국 현지에서 개발과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비자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진출 초기에는 아산나눔재단의 창업 지원 공간인 '마루SF'를 이용했으며,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했다.


조 대표는 회사의 성장과 함께 한국 엔지니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는 특별히 더 똑똑한 사람보다 큰 꿈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다"며 "한국인으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잘하고 싶다. 실패를 피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팀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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