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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 162조 미래기금 구조 협의해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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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1. 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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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21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본격화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미래 선점 예산이자 성장확산 예산'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나 급증했다.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대다. 여기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162조원의 미래대응기금까지 붙었다.

40여 년의 저금리-저물가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로의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때에 이렇게 엄청난 유동성을 풀어도 되는지 걱정스럽다. 막대하게 늘어난 시중 유동성은 경제주체들의 물가상승 기대를 높여 더 제어하기 어려운 인플레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금리를 부추길 것이다. 경기 부양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고물가-고금리를 자극, 역효과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예산 지출이 1년새 93조원(본예산 기준)이나 늘어나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정상이 아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나 '쓰고 보자' 식의 중복·퍼주기 지출로 질주할 가능성이 있다. 원천적으로 재정의 규율이 해이해질 조건이 갖춰졌다는 얘기다. 어느 때보다 엄격하고 세밀한 예산 심의가 필요하다.

예산안도 우려가 크지만 더 큰 문제는 함께 편성되는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안은 전체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지방 등 4대 분야 사업비로, 12조5000억원을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쓴다고 돼 있다.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재정 저수지(여유자금)로 쌓아 둔다. 기금의 64%가 용처를 정하지 않은 채 있는 것이다. 사업비 주요 항목을 국회 사전 심사 없이 30%까지 바꿀 수 있는 특례도 붙였다. 이런 구조라면 예산안에 포함된 사업비 45조원은 물론 기금으로 보유하는 104조원 중 최소 수십조원이 국회의 심사와 감독 없이 정부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

내년 예산 지출을 위해 정부는 내년에 적자국채 100조1000억원을 또 발행한다고 한다. 104조원을 '재정 저수지'에 쌓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겠다면서 100조원의 적자국채는 그대로 발행하겠다는 것은 야당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합리성이 떨어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이 되는 추가세수는 줄어들다 2029년에는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기금 중 사업비로 편성된 항목의 절반가량이 한 번 편성되면 감축하기 어려운 지출로 구성돼 있다. 지금대로라면 기금의 경직성 지출이 향후 재정 운용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내년 예산안과 관련된 이런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숙의해야 한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긴요하다. 여유자금의 적정 규모와 국채 상환으로 돌릴 몫, 운용수익 목표와 손실 책임 등 미래기금의 구조와 관련된 사안을 야당과 협의해 결정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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