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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은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을 '재단채권'으로 취급한다(제473조 제2호). 재단채권은 파산절차의 배당을 기다리지 않고 수시로, 일반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는다(제475조 및 제476조). 언제 생긴 세금인지, 체납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그 결과 조세채권은 파산절차에서 일반 강제집행절차에서보다 더 강한 우선적 지위가 인정된다.
반면 거래처나 납품업체 같은 일반 채권자의 몫은 그만큼 줄어든다. 근로자도 영향을 받는다. 채무자회생법은 임금채권 역시 전액 재단채권으로 하면서, 파산재단(파산한 회사의 남은 재산, 이하 '재단') 부족 시 조세채권과 임금채권 간의 변제 순위는 정해 두지 않았다(제477조). 재단이 부족하면 조세채권과 임금채권은 채권액 비율대로 나눠 받는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조세채권의 지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많은 국가들은 조세채권에 일반적 우선권을 인정한다. '일반적 우선권'이란 조세채권에 대해 일반 무담보채권보다 우선하는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세채권에 시간적 제한이나 금액 한도를 두어 그 범위를 제한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미국은 파산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조세채권을 8순위에 두어 임금채권(4순위)보다 뒤에 변제하고, 소득세는 파산신청 전 3년 이내에 신고기한이 도래한 것 등으로 우선권의 범위를 제한한다.
일본은 2004년 파산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조세채권에 시간적 제한을 두었다. 파산절차 개시 전의 원인에 근거해 생긴 조세채권으로 파산절차 개시 당시 아직 납부기한이 도래하지 않았거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것만 재단채권에 해당하고,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을 경과한 것은 재단채권으로 취급되지 않고 우선적 파산채권이 된다.
영국은 2003년 국가의 조세우선권(Crown Preference)을 폐지했다. 이후 2020년에 원천징수세와 부가가치세처럼 기업이 근로자나 고객 등 제3자로부터 징수하거나 원천징수하여 과세관청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에 한해 조세 우선권을 제한적으로 부활시켰지만, 그 순위는 임금채권 다음이다.
호주는 조세채권의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원천징수세 등을 내지 않은 회사의 이사에게 개인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조세채권을 확보한다.
한국은 조세채권을 파산절차 밖에서 수시로 변제받는 재단채권으로 하면서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최우선 임금채권과의 순위도 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입법은 비교법적으로 드문 편이다.
그래서 세 가지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재단채권으로 인정되는 조세채권에 시간적 제한을 두어야 한다. 일본처럼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세금(납부기한 미도래분 포함)만 재단채권으로 하고,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을 경과한 세금은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으로 한 단계 낮추는 것이다. 구체적인 기간은 파산절차에서 회수되는 세수 비중 등을 분석해서 정하되, 미국처럼 3년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과세관청은 법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던 기간이 오래 지난 세금까지 최우선적으로 보호할 이유는 크지 않다. 다만 법률상 강제징수를 할 수 없었던 기간이나 징수를 유예한 기간은 위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재단채권으로 인정하는 임금채권의 범위를 실체법에 맞게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 최우선변제 범위, 즉 최종 3개월분 임금, 재해보상금과 최종 3년분 퇴직금에 맞추고, 이를 초과하는 나머지 임금채권은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파산절차 개시 전 3개월분 임금채권 등만 재단채권으로 하고, 나머지는 우선적 파산채권으로 한다(일본 파산법 제149조). 둘째 제안은 셋째 제안과 함께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셋째, 재단이 부족할 때의 재단채권 간 변제 순위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 파산절차를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가장 먼저, 그다음 최우선 임금채권, 그다음 조세채권의 순서로 변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정하면 임금채권 전액을 재단채권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된 최종 3개월분 임금 등은 조세채권보다 앞선 순위를 법으로 보장받아, 재단이 부족한 사건에서는 오히려 회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를 넘는 임금채권도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으로서 일반 채권자보다는 앞서 변제받는다. 세금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조세채권의 우선권에도 합리적인 한도를 정할 필요가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