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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이건희 작가 “한지작품에 SNS로 연결된 현대인 모습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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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7. 05. 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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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간 한지작업 천착...전 세계 돌며 한지 미학 전해
이건희
이건희 작가./사진=정재훈 기자 hoon79@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주원료로 해 직접 손으로 떠서 만든 종이다. 일본의 화지, 중국의 당지, 서양의 양지와 구분되는 순수한 한국 종이인 한지는 부드러움과 내구성을 겸비했다. 고려시대 인삼, 고려자기와 함께 ‘세 가지 보물’로 꼽힐 정도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이건희 작가는 이러한 한지의 미학을 20년 넘게 연구해왔다. 본래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한지에서 오는 미묘한 감각이 너무 좋아서” 직접 무형문화재를 찾아가 한지 제작 과정을 익혔다.

오랜 시간 한지에 대한 믿음과 소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한지작업에 천착해온 그는 요즘 전 세계를 돌며 한지 미학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프랑스, 일본, 올해는 태국 등지에서 각종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전시 등에 참여하며 한지작품으로 세계인과 소통하고 있다.

가로 7m가 넘는 그의 신작 ‘유영하는 언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현대인에 관한 작품이다.

“파리의 예술촌 시떼 데자르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카톡, 인스타그램 등 SNS 때문에 한국에 있는 것과 똑같았어요. 한국에 없어도 그곳 상황을 다 알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보이지 않는 선으로 다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작품은 종이가 갖고 있는 소통과 기록의 매체라는 기존 의미가 과학문명의 발달로 엄청나게 변화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유영하는 언어
이건희 작가의 ‘유영하는 언어’.
신문지의 컬러면을 잘래낸 부분과 한지가 물 안에서 흔들리다 저절로 붙는 방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72개의 연작으로 이뤄졌다. 그 속에는 작가가 해외에서 함께 작업한 친구들과의 이야기,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 교감하고 나눴던 경험 등이 녹아 있다.

마치 물속에서 유영하는 물고기나 하늘 위에 떠다니는 구름 같은 형상으로 표현된 그의 작품은 새삼 잊혀져가는 ‘종이’의 의미에 관해서도 일깨워준다.

“아마 요즘 사람들은 하루 종일 종이를 한 번도 만지지 않고 지내는 날도 많을 거예요. 제 작품을 통해 종이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고 싶었어요.”

그는 해외에 나가보니 한지작업의 소중함을 더욱더 크게 깨달았다고 전했다.

“외국에서 작업을 해보니 한지에 관한 자부심이 더욱 커지더라고요. 이걸 끝까지 한번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어요. 우리의 고유한 미감을 가진 한지를 현대미술로 조형화시키는 것이 저의 평생 과제입니다.”

작가에게 있어 한지는 물감이고 연필이고 캔버스다. 그는 종이를 물속에 넣어서 한꺼번에 떠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한다.

동양적 여백이 충만하고 은유적인 그의 작품은 자연친화적이고 편안하며 명상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김승호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관해 “단조로우면서도 섬세한 사각의 화면이 여백과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가시화하여 미적 경험이 풍부해진다”며 “대형화면은 추상적이자 선적인 이미지가 여백 공간과 조우하면서 미적 가치가 획득된다”고 평했다.

작가는 홍익대에서 ‘문자작업에 있어 물성과 형상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외에서 23회 개인전을 가졌고 300여회 단체전에 출품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의료원 등 다수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의 신작 80여점은 울산시 중구 갤러리 아리오소에서 전시 중이다.


종이위 종이
이건희 작가의 ‘종이위 종이’.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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