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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논의는 2009년 정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기부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미술관이 법인이 되면 자체 수익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직은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 환경이라 판단, 법인화 검토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법인화 논의가 공전하면서 오랫동안 조직과 인력 등이 묶였던 국립현대미술관은 재정비에 나선다. 우선 전시 수를 줄이고 조사·연구를 강화해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기로 했다. 작품수집 규정 개정을 통해 소장품 질을 개선하고, 지역 공·사립 미술관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기 운영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1969년 경복궁에 설립된 국립현대미술관은 올 연말 청주관이 개관하면 내년부터 과천관·덕수궁관·서울관·청주관 4관 체제로 운영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를 바탕으로 ▲전시기획 시스템 공고화를 통한 전문성 강화 ▲주요 학예직 역량 신장과 외부 전문가 참여로 개방성 확대 ▲지역 공·사립 미술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공공성 제고 등 3대 방법론을 제시했다.
먼저 핵심 기능인 전시 내실화를 위해 3~5년 앞서 전시기획을 수립하고 연구→수집→전시→출판 시스템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외형보다는 내실에 집중하고자 전시 수도 줄인다. 국립현대미술관 3개 관 전시는 2017년 27개, 2018년 24개였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천관은 현대미술 소장품 상설전과 작가전, 서울관은 동시대 미술전, 덕수궁관은 연중 3차례 근대 미술전에 집중한다.
외부 기관과의 공동 전시도 적극 꾀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 미국 미술관 순회전을 목표로, 7월 미국 미술관 큐레이터들과 팀을 구성해 한국 실험미술의 조사연구를 시작한다.
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인 ‘20세기 이후 한국미술: 광장’ 전이 과천관·서울관·덕수궁관 3관 전시 후 미국에서도 이어지도록 추진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 유일 국립미술관이라는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소장품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내부 학예직으로만 구성된 1차 가치평가위원회를 근대·현대·국제·응용미술 4개 분야로 개편하고, 관내 연구직뿐 아니라 100여 명에 이르는 외부 전문가들의 제안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작품수집에 참고한다.
2차 가격자문위원회는 외부전문가 3인 이상으로 구성하며, 3차 수집심의위원회에서 1, 2차 평가의견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지역 공·사립미술관과는 보존과학과 전시를 중심으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마리 관장은 임기를 6개월 남겨둔 시점에 중기 계획을 발표하는 것에 관해 “법인화 논의가 중단됨에 따라 미술관 체질을 어떻게 개선·발전시킬지 밝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다른 관장이 오더라도 미술관의 방향성은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