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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징옥과 동시대 인물인 김종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징옥은 그저 ‘이징옥의 난’으로 역사에 남아있을 뿐이다.
종조 계유정난 당시 혼란한 틈을 타 북방의 여진족 세력을 등에 업고 대금황제(大金皇帝)를 칭하며 군사를 일으켜 역모를 도모했다는 것인데, 소설 ‘물망’의 작가 강호원은 이징옥의 거병을 그와 같이 해석하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징옥은 역심으로 군대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종신들을 피살하고 단종을 사실상 구금 상태에 두며 왕위 찬탈에 대한 야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에 반기를 들고 종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분연히 의거한 것이라 봐야 옳다는 것이다.
이징옥을 애민 정치를 펼쳤던 참 수령이자, 왕의 두터운 신임을 입었던 충신이라 평가하고 있는 ‘세종실록’이 그 증거다. 그러나 결국 역사의 승자가 된 것은 수양대군이니 패자인 이징옥은 역신이 되어 역사에서 언급되어서는 아니 될 인물로 남았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사필귀정(事必歸正),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치를 들고 수양대군과 그 도당의 패도에 맞서 일어서는 이징옥과 그를 따르는 북방 무장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잊힌 충신들을 재평가하고, 은폐된 역사를 드러내고자 하는 문학적 시도다.
작가는 이징옥을 역도로 몰아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징옥과 함께 조선 북방 역사를 이루었던 여진족에 대한 평가도 왜곡됐다고 봤다.
수양대군은 이징옥의 거병 이후 보복 차원에서 친이징옥 성향의 올량합 여진족을 가차 없이 숙청한다. 그로 인해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 당시부터 함께하며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여진족과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다. 오늘날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올량합의 독음을 변형한 ‘오랑캐’라는 말이 비하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작가는 여진족과 관련된 역사를 부정하고 이들을 적대시하는 태도에서 발해 역사를 삭제했던 ‘삼국사기’의 편협한 사고와 같은 역사 인식이 되살아났다고 탄식한다. 세조대에 이르러 이징옥에 대한 역사를 지우는 과정에서 우리 북방 역사도 상당 부분 누락됐기 때문이다.
이징옥의 거병은 결국 내부 배신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의를 위한 거병은 난으로 남았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그런 이징옥을 재발견하려 했다. ‘물망’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스러져간 이들에 대한 헌사다.
이 소설은 이징옥 뿐 아니라 올량합 여진족장 낭발아한의 딸 토로고와 이징옥을 따르는 무장 김죽의 비극적 사랑도 함께 그린다.
경희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강호원은 세계일보 북경특파원, 경제부장 등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논설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중국에서 대박난 한국 상인들’ ‘베이징 특파원 중국경제를 말하다’(공저)가 있다.
들녘. 428쪽. 1만4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