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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며 예산증가율을 2.5~5.1%로 억제했던 윤석열 정부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확장재정을 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1.8%로 끌어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정부 재정을 40조원 이상 더 퍼부었음에도 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어느 정도 확장재정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인공지능(AI) 주도의 초혁신 경제를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사상 최대인 35조3000억원(19.3% 증액)까지 늘려 잡은 것도 올바른 방향이라 하겠다. 특히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과 AI를 결합한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관련예산을 10조1000억원까지 세 배나 증액한 것이 돋보인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집중투자로 잠재성장률을 3%선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은 복지예산을 대폭 늘린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성장 지향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적자재정으로 국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수부진 탓에 내년 총수입은 3.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는 이재명 정부 5년간 해마다 122조원씩 불어나 오는 2029년에는 178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역대정부 중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던 문재인 정부(연평균 81조원 증가)의 1.5배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8.1%에서 내년 51.6%, 2029년 58%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0.6%보다는 낮지만, 비(非)기축 통화국가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60%에 바짝 다가선다. 나라 빚 급증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되고 국가신용등급 강등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역사랑상품권 등 불요불급한 선심성 예산 지출을 줄이고 석유화학 분야 좀비기업 퇴출과 같은 산업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슈퍼 예산' 편성에도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성장률이 이명박 정부(3.34%), 박근혜 정부(3.06%)보다 낮은 2.28%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같은 '반(反)기업 법안'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막도록 애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