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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정론] 뉴노멀 시대의 동맹 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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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01. 18:02

- 미국의 '한미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의 동맹조약 이행, 한국의 안보비용 부담 확대 요구로 압축
- 한미 양국은 협상에서 동맹 수호, 동맹 지속성 강화,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이루는 결과 만들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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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많은 사람들이 조심스레 지켜보았던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 언론들은 "무난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잭 스미스' '주
한미군 기지 소유권' 등 까칠해질 수 있는 언급도 나왔지만, 대체로 무탈하게 넘어갔다. 그러나 공동성명, 합의문, 공동 기자회견 등이 없었고, 비공개 오찬에서 어떤 '알맹이들'이 다루어졌는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직후에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지만, 미국이 그전부터 해왔던 통상·관세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동맹 현대화' 협상은 이제부터인 셈이며, 그에 대한 평가는 지금부터 안보 관련 정책결정자들이 발휘할 애국심과 전문성에 달려 있다. 미국은 지금 '동맹 현대화'란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고, 그중에는 '뉴노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들도 많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의 동맹조약 제3조 이행, 한국의 안보비용 부담 확대 등 3대 중심 개념으로 압축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동맹조약의 적용 지역의 확대, 반중(反中) 집단안보, 동북아 단일전구(戰區)화, 대만사태 시 한국의 역할, 한반도에서의 한국군의 주도적 역할 등 미국이 '뉴노멀'로 만들어가고 있는 의제들이 엉켜있고, 바탕에는 중국의 용한제미(用韓制美) 전략에 말려들지 말라는 경고가 깔려 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은 GDP 5%까지의 국방비 증액, 방위비분담금의 9배 인상 등을 다그치고 있지만, 동맹을 잃어서는 안 되는 지정학·지전략적 여건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런 요구들을 무개념적으로 외면할 수만은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과거부터 진행되어 온 것이기도 하지만, 신고립주의와 국익 우선주의의 기치 아래 집권하여 '거래적 동맹정책'을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와 관련해서 물러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한국은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반도'로 국한하겠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은 '중국 견제'를 세계전략의 제1 목표로 설정하고 신냉전 대결 구도에서 중·러·북 북방삼각의 팽창주의 공조에 대항하는 집단안보와 같은 것을 구상 중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이미 주한미군의 규모, 임무, 편제 등을 조정하고 있다.

동맹조약 제3조를 이행하라는 것도 '거래적 동맹관'을 기반하여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의 역할, 인태전략에 대한 한국의 기여, 아시아 집단안보 체제 등장 시 또는 동북아 단일전구화 실현 시 한국의 역할, 외부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한미 공동대응 등을 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한국도 이제는 국가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민의 납세에 의존해 온 '시혜자-수혜자' 동맹에서 상호호혜 원칙에 따라 자신의 몫을 실행하는 국력집합(capability aggregation) 동맹으로 변화시켜 나간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시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국방비 증액은 미국의 요구 이전에 한국 스스로 선언했어야 하는 문제였고, 그것이 추후에 들이닥칠 미국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길이었다. 그러나 증액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어나는 국방비의 사용처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증액 국방비는 첨단무기 확보, 병력 증강, 무형전력 강화, 예비군 정예화, 정보감시정찰 능력, 사이버 및 우주를 포함하는 제4세대 전쟁 대비, 전략군 양성, 동맹 및 우방과의 안보공조 등 직접 안보역량을 증강하는 데 투입해야 하며, 인기영합적·모순적 국방비 사용은 곤란하다.

예를 들어, '안보수요'가 아닌 '인구절벽'을 이유로 하는 병력 감축이나 복무기간 단축, 병력이 부족하다면서도 예비군 정예화를 무작정 미루는 것, 경제 형편을 넘어선 과도한 병사 봉급 등은 모순스럽기 짝이 없다. 방위비분담금 문제도 그렇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존재 그 자체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전쟁 억제력을 발휘한다는 점과 전쟁 억제의 막중성에 비추어볼 때 방위비분담금은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불합리한 '기선제압용' 요구는 극복해야 하겠지만, 소탐대실(小貪大失)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협상 과정을 통해 한국이 구해야 할 최우선 반대급부는 확장억제의 획기적인 강화일 것이다. 그래서 북핵 위협을 불식시키지 않는 한 한국군이 가진 재래 군사력의 질적 우세나 국방비 증액만으로는 평화와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을 미국이 인식하도록 해야만 한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뉴노멀'의 범람과 함께 한미동맹의 변신은 불가피한 과제가 되었지만, 이런 시기에도 양국 정부와 국민이 공유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 한미동맹이란 특정 시대 특정 정부의 소유물이 아니며, 지난 75년 동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양국 국민이 공유하는 동맹으로 건재해야 한다는 목표다. 그래서 양국이 도출할 협상 결과는 동맹 수호, 동맹 지속성 강화 그리고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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