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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저출산 저주에 우는 中 교육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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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09. 02. 06:05

저출산 한국 못지 않게 심각
정부 차원의 온갖 노력도 무망
폐교 속출로 교육자들 상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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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하이뎬구에 소재한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신징바오(新京報).
교사나 교수는 중국에서도 나름 괜찮은 직업에 속한다. 대우도 크게 나쁘지 않다. 마음을 비울 경우 먹고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유명한 일타 강사나 교수들은 강연과 저술만으로 1개월에 연봉 이상 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푸젠(福建)성에 소재한 샤먼(厦門)대학 중문과의 이중톈(易中天·78) 교수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2024년에 임금 외의 수입이 무려 800만 위안(元·약 15억6800만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금세기 들어서도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저출산으로 인해 각급 학교의 학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줄어들자 교사와 교수들이 황당하게도 고용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이미 실업자 신세가 된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저출산의 저주라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사례를 들어봐야 이해가 된다. 베이징 외곽인 하이뎬(海淀)구 일대는 한국으로 따지면 이른바 8학군에 해당한다. 명문 베이징과 칭화(淸華)대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들이 소재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과거 이곳의 초·중등학교 진학 경쟁이 전국 최고 수준인 것은 다 까닭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 싶게 확 변해버렸다. 조금 심한 말로 하면 상전벽해됐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각급 학교에 진학할 적령기 아동들의 감소로 입학 경쟁이 별로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A초등학교의 끔찍한 케이스를 대표적으로 거론해봐야 할 것 같다. 이 학교는 수년 전만 해도 학생 충원에 별 문제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확 달라졌다. 1학년에 입학한 학생이 23명에 불과했다. 1학년 담당 교사 24명보다 1명이나 적었다.

이 학교는 할 수 없이 한 반을 4명씩으로 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그럭저럭 1년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계산이라고 한다. 문제는 내년 이후부터가 아닌가 보인다. 입학생이 올해보다 많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만약 계속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학교 규모를 축소하면서 교사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해야 한다. 그러다 최악의 경우 폐교도 고려할 수 있다.

대학이라고 별 다르지 않다. 특히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들은 정원 채우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팡창핑(方長平) 런민(人民)대학 정치학과 교수가 "아직 우리 대학 같은 곳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방의 무명 대학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다. 폐교가 되면 교수들은 갈 곳이 없다. 한마디로 파리 목숨이라고 해도 좋다"면서 혀를 차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저출산 저주에 우는 교육자들이 대량 발생하지 않도록 출산율 제고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최근 아동 수당 등을 대대적으로 인상한 것은 이런 노력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0.1%에 이른 사실만 봐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상황이 나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사나 교수들이 저출산의 저주에 계속 울어야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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