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대리인 제도 도입, 장기 미처리 사건 해소…노동자 권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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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1일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5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신속 추진과제로 제안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지하 탄광에서 6년간 굴진작업을 한 노동자가 폐암 산재 판정을 받기까지 974일,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가 백혈병 판정을 받는 데 1503일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며 "그 사이 노동자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책은 오랜 기다림에 지쳐 있던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무상 질병 가운데 절반 이상(51%)을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이 우선적으로 개선된다. 내장인테리어목공, 건축석공, 환경미화원, 급식조리원, 철근공 등 32개 직종은 특별진찰을 생략하고 근로복지공단 재해조사와 판정위원회 심의만으로 처리된다. 또 광업 종사자의 원발성 폐암, 반도체 백혈병, 조리종사자의 폐암 등 이미 유해물질과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된 질환은 역학조사 없이 판정할 수 있도록 했다. 평균 604일이나 소요되던 역학조사가 생략되면 신속한 보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명백한 경우에는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노동자의 입증 부담을 줄인다. 탄광 근로자의 폐암, 방사선 노출로 인한 백혈병, 어깨 회전근개 파열(비계공), 허리 디스크(철근공·조선 전장공 등) 등은 특별진찰이나 역학조사 없이 재해조사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근로복지공단 내 64개 지사에 '업무상 질병 전담팀'을 신설하고, 조사 담당자에게 '산재보험 재해조사 전문가(CIE)' 교육을 의무화한다. 축적된 판정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판정 시스템도 도입해, 유사 사례는 신속하게, 이례적 사례는 심층적으로 다룬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집중 처리 기간'을 운영해 특별진찰·역학조사 지연으로 계류 중인 장기 미처리 사건을 해소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산재 불승인에 대한 이의제기·소송 단계까지 무료 법률서비스를 지원한다. 또 행정소송 판례를 분석해 반복 패소 질환의 인정기준을 재정비하고, 공단의 상소 제기 여부도 합리적으로 관리한다.
김 장관은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산재보험의 본래 가치인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