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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상사태 3년’ 엘살바도르, 살인 미발생 1000일 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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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9. 02. 15:26

부켈레 대통령 "집권 후 살인 없는 날 1000일"
의회, 비상사태 연장안 또 가결…42번째 연장
EL SALVADOR-POLITICS-SECURITY-HUMAN RI... <YONHAP NO-0988> (AFP)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에서 활동가들이 국가 비상사태 위헌 판결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 연합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가 이어진 지 3년이 넘은 가운데 살인 미발생일 누적 1000일을 자축했다.

에페통신 등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우리 정부가 출범한 후 살인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날이 누적 1000일이 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방송으로 대국민 연설을 내보내고 역사적인 기록을 기념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었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성찰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며 "신에게 지혜를 구한 덕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에 구스타보 비야토노 법무장관은 "과거 어떤 정부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부켈레 정부가 해냈다"며 치안이 안정된 건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비상사태를 발동하는 등 전략적으로 치안 불안에 대응한 덕분이라고 했다.

2019년 6월 처음 취임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1차 임기 중반 현지에서 살인사건이 급증해 하루에 62명이 사망하는 등 치안이 극단적으로 불안해지자 2022년 3월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비상사태는 계엄에 준하는 조치로, 발령 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제한된다. 군경은 치안 확보에 필요할 경우 영장 없이 압수수색권과 체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시적 조치로 발령되는 비상사태의 연장이 거듭되면서 그 기간이 3년을 넘었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지난달 28일 비상사태 1개월 연장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7표, 반대 1표로 의결했다. 42번째 연장이다.

부켈레 정부는 "비상사태 덕에 8월에만 갱단 조직원 800여명을 추가로 체포했고 지금까지 잡아들인 갱단 조직원이 8만8000명을 웃돈다"며 치안질서 유지를 위해 비상사태 연장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범죄통계를 근거로 비상사태가 치안 질서 확립의 성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최근 SNS에 공유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엘살바도르에서 살인사건은 5688건, 실종사건은 2548건 발생했다.

통계 수치가 축소돼 발표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에페통신은 해당 자료에서 2010년대보다 살인사건이 줄었지만 이전 정부와 달리 부켈레 정부가 △경찰과 갱단 간의 교전 중에 발생한 사망자 △집단 암매장지에서 발견된 시신 △시민들에게 살해당한 갱단 조직원 등을 살인사건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미사이드(여성 살인) 역시 통계에서 제외됐다. 현지 여성단체인 '평화를 위한 엘살바도르 여성조직(ORMUSA)'은 "올해 엘살바도르에서 페미사이드 14건이 발생했지만 정부가 살인 통계에서 누락시켰다"고 고발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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