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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맘다니 뉴욕의 새로운 실험, 고대 중국을 떠올리다...‘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가’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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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4. 07:30

트럼프 vs 맘다니, ‘미국판 사회주의’ 논쟁
미국 50개주, 세율·복지 모델 경쟁
미국판 춘추전국시대, 뉴욕의 선택, 부자 증세인가, 인재 유치인가
하만주 칼럼 사진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조란 맘다니(34)의 미국 뉴욕 시장 당선을 보며 기원전(BC) 중국 대륙에서 수백 년간 벌어진 풍경의 재현을 예감했다. 예나 지금이나 인구의 확보가 국가·도시 등 정치공동체 번영의 근간이기에 이를 위한 정책 경쟁이 필수적이다. 뉴욕은 이제 고소득 인구 유출이라는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

맘다니는 억만장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공공서비스 확대가 민주주의 수호의 길이라고 주장해 왔다. 자칭 '민주사회주의자'라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찐 공산주의자'로 부르며 연방자금 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 맘다니의 당선과 '뉴욕식 사회주의' 논쟁

트럼프는 첫 임기(2017~2021) 때부터 여러 차례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회주의는 번영을 약속하지만, 결과는 빈곤이다", "통합을 약속하지만 미움과 분열만을 가져온다", "우리는 사회주의가 정의나 평등을 위한 것도 가난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것도 아님을 안다",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단 하나, 지배계급의 권력이다" 같은 메시지를 거듭 설파했다.

탈냉전 한 세대 동안 한층 심화한 미국 내 빈부격차 양극화 속에 대통령이 이런 연설을 하는 지경을 맞았다. 맘다니의 당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유주의 대(對) 사회주의'의 이념 대결이 재점화한 것이다. 민주당 주(州)와 공화당 주가 각각 '고(高)세율·강(强)복지', '저(低)세율·친기업'이라는 상반된 모델을 내걸고 인구와 자본 획득에 나선 듯한 미국의 현실이 주(周) 왕실 휘하의 여러 제후국이 경합하던 중국 춘추전국시대(BC 770~BC 221)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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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 시장 당선인이 17일(현지시간) 뉴욕시 브롱크스 자치구 커뮤니티센터의 푸드뱅크에서 주민들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AFP·연합
◇ 춘추전국시대의 인구·자본 쟁탈전과 오늘의 미국

당시 국력 신장은 한마디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의 싸움이었다. 더 많은 인구는 곧 더 많은 조세, 더 큰 군대, 더 넓은 경작지 개간을 의미했다. 그래서 각국은 호구조사·토지개혁, 이민 장려와 강제 이주까지 동원해 인구를 끌어모아 붙들어 매고 쥐어짰다. 국력은 인구·조세·병력의 곱셈이었으니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농민과 병사를 확보하는 게 군주들의 갈망이었다.

각국은 농업 생산력 향상과 농민을 땅에 붙잡아 둘 방안을 강구했다. 공을 세운 자에겐 새로운 토지와 신분 상승을 약속해 이웃 나라의 인재를 흡수하는가 하면, 개간 장려와 세금 감면 등으로 타국 백성을 유인했다. 전쟁은 국경에서 벌어졌지만, 승부는 결국 '어느 나라가 더 살기 좋고 더 빨리 부자로 살 수 있을까'로 귀결됐다.

오늘날 미국의 주지사와 시장들은 의회와 예산 및 세율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보수 진영이 캘리포니아·뉴욕 같은 민주당 주들을 가리켜 '미국판 사회주의 실험장'이라 비판하며, 텍사스·플로리다주에 '탈사회주의 피난처'를 세우려는 구도 또한 그 연장선이다.

기본적으로 땅에 발이 묶인 고대 중국 대륙 주민들과 달리 21세기 북미의 고액 납세자, 예컨대 고소득 전문직은 사정이 다르다. '디지털 유목민'에 가까운 그들은 세율과 규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언제든 다른 주로 이사갈 수 있다. 트럼프의 맘다니 비판이 뉴욕의 고소득층과 기업들에겐 '세금폭탄 떨어지기 전에 짐을 싸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USA-TRUMP/MAMDAN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로이터·연합
◇ 뉴욕의 미래, 누가 떠나고 누가 남을 것인가

맘다니식 실험이 뉴욕에서 강하게 추진될 경우 장기적으론 플로리다나 텍사스 등 공화당주로 고소득층과 기업이 빠져나가는 '탈뉴욕' 가속화를 피하기 어렵다. 중국 고대엔 전쟁과 패망이 한꺼번에 찾아왔지만, 현대 뉴욕의 쇠퇴는 매일 조금씩, 이삿짐 트럭 몇 대 분량씩 진행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뉴욕이 망했다'가 아니라, 어느 순간 고급 아파트·빌딩 공실률이 높아져 부동산 세수가 줄고 지하철과 공립학교 품질이 확연히 떨어진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가'야말로 인구 감소 자체보다 심각한 문제다. 고액 납세자나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떠나고, 복지에 의존할 계층이 남는다면 어찌 될까.

결국 뉴욕의 미래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부유층과 고소득자를 '쥐어짜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가, '끌어들여야 할 자원'으로 볼 것인가. 맘다니 공약은 한마디로 '생활비 인하'를 위한 대형 패키지다. 월세 동결, 10년간 20만 가구의 보조·공공주택 건설, 시 직영 식료품점을 통한 식료품 가격 통제, 버스 전면 무료 등이다. 여기에 2030년까지 최저임금 30달러(4만4000원), 보편적 아동 돌봄과 공립·주립대 등록금 실질 무상화까지 더하면 필요한 재원은 연간 100억달러에 이른다. 재원 대부분이 법인세 인상과 '1% 부자'에 대한 추가 소득세에서 끌어올 작정이라고 한다.

21세기 미국은 농민이 도망치기 어려웠던 2500년 전 구대륙이 아니다. '잘 나가는' 맨해튼의 변호사와 월가 펀드 매니저·트레이더, 브루클린의 정보통신(IT) 개발자는 훌쩍 다른 주로 떠날 수 있다. 몇 년 후 뉴욕이 어떤 도시가 되어 있을지 상상하면서 동서고금 번영의 토대, '어떻게 사람들(되도록 납세 능력자들)이 모여들게 할 것인가'라는 오랜 질문을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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