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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1805명은 교묘한 수법을 이용해 지난 5년간 교육훈련비를 부당 사용했다. 이들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업체들이 인터넷 강의 등의 교육 콘텐츠를 판매할 때 전자기기를 끼워 파는 것을 악용했다. 실제 사례로 한국석유공사의 한 직원은 460만원 상당의 교육 콘텐츠 패키지 강의를 수강하면서 아이폰, TV 등 421만원 상당의 물품을 챙겼다. 순수 교육 콘텐츠 가격은 39만원으로, 부당 사용한 훈련비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공공기관 내부 제재 규정은 허술했고, 일부 공공기관은 이를 알면서도 눈감던 셈이다.
국민의 세금을 부당 사용한 것 뿐 아니라 더 집행 내역 공개를 숨긴 기관들도 있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석유공사는 조사 기관의 거듭된 자료 제출 요청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집행 내역 일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 기관 직원의 경우 전자제품 수준을 넘어 색소폰 등의 개인 악기를 구매하는 등 지원금 사용이 떳떳하지 못해 끝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임직원 45명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겠다며 교육훈련비를 받아가 놓고 응시를 취소하고 응시료를 환불받아 개인 주머니에 챙겼다. 이런 방식으로 교육훈련비 805만원을 빼돌렸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의식 수준과 '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 공적인 목적 외 사용은 엄격히 차단되어야 한다. 단순한 부당 사용금 환수 조치나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행위를 가능하게 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공공기관 내부의 감시·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부당 사용금이 적발된 기관에 대해서는 다음 공공기관 예산 편성 때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임직원 개개인은 공공기관에 소속돼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무너진 신뢰 회복이다. 공공기관의 존재 근거는 공적 신뢰에 있다.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일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공공기관은 앞으로 투명한 기관 운영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