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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민 혈세로 살림살이 장만한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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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9. 03. 16:42

정채현 증명사진
공공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적 이익 목적의 정부 관련 기관이다. 그러나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은 그 사실을 망각했다. 이들은 기관 예산 중 '교육훈련비'를 TV·로봇청소기·휴대전화·노트북·헤어드라이아·태블릿 PC 등 온갖 전자제품 구매에 사용하며 개인의 살림살이를 장만했다. 이 돈은 임직원들의 업무능력 향상 및 자기 계발 등을 위해 책정된 국민의 혈세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셈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1805명은 교묘한 수법을 이용해 지난 5년간 교육훈련비를 부당 사용했다. 이들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업체들이 인터넷 강의 등의 교육 콘텐츠를 판매할 때 전자기기를 끼워 파는 것을 악용했다. 실제 사례로 한국석유공사의 한 직원은 460만원 상당의 교육 콘텐츠 패키지 강의를 수강하면서 아이폰, TV 등 421만원 상당의 물품을 챙겼다. 순수 교육 콘텐츠 가격은 39만원으로, 부당 사용한 훈련비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공공기관 내부 제재 규정은 허술했고, 일부 공공기관은 이를 알면서도 눈감던 셈이다.

국민의 세금을 부당 사용한 것 뿐 아니라 더 집행 내역 공개를 숨긴 기관들도 있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석유공사는 조사 기관의 거듭된 자료 제출 요청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집행 내역 일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 기관 직원의 경우 전자제품 수준을 넘어 색소폰 등의 개인 악기를 구매하는 등 지원금 사용이 떳떳하지 못해 끝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임직원 45명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겠다며 교육훈련비를 받아가 놓고 응시를 취소하고 응시료를 환불받아 개인 주머니에 챙겼다. 이런 방식으로 교육훈련비 805만원을 빼돌렸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의식 수준과 '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 공적인 목적 외 사용은 엄격히 차단되어야 한다. 단순한 부당 사용금 환수 조치나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행위를 가능하게 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공공기관 내부의 감시·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부당 사용금이 적발된 기관에 대해서는 다음 공공기관 예산 편성 때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임직원 개개인은 공공기관에 소속돼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무너진 신뢰 회복이다. 공공기관의 존재 근거는 공적 신뢰에 있다.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일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공공기관은 앞으로 투명한 기관 운영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할 때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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