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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는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70분간 열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른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올랐다. 냉전시절 공산권 진영의 주축이었던 이들은 '밀착'을 과시하며 미국 중심의 서방 국가들에 함께 대항하겠다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
중국은 그간 우크라이나 침공, 불법 파병 등으로 '불량국가' 꼬리표가 붙은 러시아, 북한과의 밀착을 경계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행사하자 중국의 태도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양손을 맞잡으며 환대한 것을 두고 "시 주석 입장에서 향후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북중관계를 복원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반서방·반트럼프 기조 최일선에 있는 북한의 참석으로 중국 내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추후 시 주석의 북한 답방 가능성에 대해선 "10월 APEC 정상회의에 먼저 참석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다만 북측에 미리 양해를 구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북미회담 등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면서 중국, 러시아 한쪽에만 밀착하지 않는 북한판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와, 경제는 중국과 밀착한다는 의미) 노선을 택한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러관계가 북중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기울어진 외교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날 열병식 후 개최된 양자회담에서 밀착을 과시하며 관계를 재확인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참전한 북한군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사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러시아 지원은 형제의 의무라면서 북한이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러 회담에 이어 북중 회담도 연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의 경우 열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양 교수는 "3국 정상회담은 의전, 의제 등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개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