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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혁명’ 네팔, 첫 女 대법원장 임시총리 임명…의회 해산·내년 3월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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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14. 09:07

NEPAL-POLITICS-UNREST <YONHAP NO-5732> (AFP)
수실라 카르키(가운데) 신임 네팔 임시정부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카트만두에서 보안요원과의 충돌로 부상당한 피해자들을 방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AFP 연합뉴스
'Z세대 혁명'으로 총리가 퇴진하고 무정부 상태에 빠졌던 네팔이 마침내 정치적 해법을 찾았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AP에 따르면 람찬드라 파우델 네팔 대통령은 지난 12일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었던 수실라 카르키(73)를 임시 총리로 임명하고 의회를 해산했다. 새 총선도 내년 3월 5일로 확정됐다.

일주일간 51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유혈 사태 끝에 네팔은 부패에 저항한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 정치인이 아닌 사법부 출신의 존경받는 인물을 과도 정부 수반으로 앉히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카르키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6년 7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1년가량 대법원장을 맡았고, 당시 부패와 관련돼 강단있는 판결로 대중들의 큰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12일 밤 취임 선서를 마친 카르키 임시 총리는 다음 날인 13일 곧바로 시위 과정에서 총상 등을 입은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카트만두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는 부상자들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국가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카트만두의 거리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외신과 현지 매체들은 지난 화요일부터 내려졌던 통행금지령이 해제되면서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었고 거리는 차량들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 정부 앞에는 시위가 남긴 깊은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놓여있다. 이번 유혈 사태로 희생된 51명의 유가족들은 총리 관저 앞에 모여 희생자들을 '순교자'로 지정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신 인수를 거부하겠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정권 교체는 지난 8일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단 조치로 촉발된 'Z세대'의 시위가 전국적인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이뤄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SNS 차단이었지만 그 저변에는 부패한 기성 정치권과 '네포 키즈(정치인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에 대한 젊은 세대의 누적된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상자가 늘고, 시위대가 의회와 총리 관저 등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가 격화하자 9일 결국 샤르마 올리 전 총리가 사임했다. 이후 파우델 대통령·군 수뇌부·시위대 대표들은 이틀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임명하는 데 합의했다.

주변국들도 네팔의 안정을 환영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임명 직후 SNS를 통해 "수실라 카르키 총리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인도는 네팔 형제자매들의 평화와 발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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