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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물가 딜레마, 물가 상승과 선거 패배...바이든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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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1. 23. 15:05

트럼프, '낮은 물가’ 약속해 집권했지만, 미 물가 상승 여전
관세·투자 유치 전략, 효과까지 수년
지방선거·여론조사서 드러난 정치적 부담, 내년 중간선거까지 이어질듯
"트럼프, 바이든과 같은 현실 직면"
US-POLITICS-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전용헬기 '마린원'에서 내려 백악관 경내를 걸어가고 있다./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급등한 소비자 물가를 낮추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했지만, 전임자를 괴롭혔던 것과 같은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로이터는 이같이 전하고, 한번 상승한 물가는 거의 하락하지 않으며 미국민들은 물가 상승을 싫어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과 유사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US-POLITICS-DEMONSTRATION
미국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인근 중앙역인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권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
◇ 트럼프의 물가 통제 전략, 바이든과의 데자뷔

물가 상승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일자리와 임금 상승을 위해 기업 투자를 기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2024년 위스콘신주에 건설되는 33억달러 규모의 마이크로소프트(MS) 데이터센터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8년 6월 28일 같은 주에서 대만 폭스콘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1만3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포함해 수조 달러의 신규 투자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바이든 행정부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휘발유 가격 등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면서 물가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빈 살만 왕세자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 연설에 "내 취임 이후 수치를 보면 근원 인플레이션은 2.7% 이하로 떨어졌는데, 이는 그들(민주당)의 집권기에는 본 적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실제 인플레이션을 연간 약 3% 수준을 유지, 바이든 행정부 때 최고치인 9% 이상에 비해 크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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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E) 내부 모니터 모습./AFP·연합
◇ 미 식료품·생활용품 상승…소비자신뢰지수, 4년 5개월만 최저 수준

하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발표하지 못한 10월을 제외하고, 최신 자료로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소고기(약 15%)·바나나(7%)·커피(20% 이상) 등 미국민들이 즐겨 소비하는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대부분 관세가 부과되는 수입품인 공구 및 하드웨어 가격은 1년 전보다 6.2% 상승해 2년 넘게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종이 타월 같은 청소용품은 5.5% 인상,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8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38%로, 2기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미시간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1.0으로 전달(53.6) 대비 2.6포인트 하락했으며 2022년 6월(50.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면서 동월 사상 두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보수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연구 국장은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며 "그들(트럼프·바이든 행정부)이 모두 저지르는 실수는 '미국민들이 물가 급등을 정말로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삶 및 정치적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지방선거 패배 등 정치적 후폭풍 확대…트럼프, 일부 관세 철회·현금지원 카드 계획

이러한 물가 상승은 4일 뉴욕시·뉴저지주·버지니아주 등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는 내년 11월 실시되는 중간선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커피·바나나·소고기·토마토 등 수백 가지 식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했고, 관세 수입 약 1500억달러로 중하위 소득 가구에 2000달러(294만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기업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AI 버블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도 있다는 로이터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에 대한 신념을 유지하고 있는데, 골드만삭스 등 금융기관들은 고율 관세가 내년에 온전히 물가 상승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이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소비자 불만을 부추길 수 있다고 이 통신은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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