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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에 대만과 라이 총통, 속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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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1. 23. 15:55

대만 2027년 중국 침공설에 전전긍긍
이 와중에 日 반중 발언에 돌연 화색
中 압박 극복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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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수도 타이베이 중심가의 대만 군경. 중국의 침공 시 발생할지 모를 시가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 대만인들인 최근 갑자기 터진 중일 갈등으로 이런 상황에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듯하다./대만 롄허바오(聯合報).
대만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사태시 무력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전혀 예상 못한 중일 갈등이라는 갑작스런 호재에 속으로 웃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중일 관계로 볼 때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럴 것으로 보인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밝은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23일 전언에 따르면 대만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에 전례 없이 전전긍긍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는 일전불사를 외치면서 타이베이(臺北) 등지에서의 시가전까지 준비한 것이 현실이기는 했으나 대만인들의 기는 상상 외로 죽어 있었다고 해도 좋았다. 일부 민진당 입법원(국회) 위원들이 "이래서야 어떻게 중국의 침공을 견뎌낼 수 있겠나?"라면서 한탄을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 무력행사를 감행할 경우 이를 존립 위기 사태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전해진 이후 분위기는 빠르게 변했다. 그의 발언이 대만 유사시에 일본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이 유사 사태가 발발할 경우 미국과 함께 군사 개입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으니 대만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후 중일 관계는 중국의 강력 반발로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빠졌다. 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좋았다. 대만 입장에서는 '불감청, 고소원(적극 요구하지는 않으나 진정으로 바라는 바임)'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했다. 대부분 대만인들 사이에서 중국이 지금 침공을 해도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갑자기 팽배해진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이 2027년을 전후해 진짜 대만 침략에 나설 경우 전혀 예상 못한 낭패를 볼 것이라고 장담하는 대부분 언론 보도에서도 잘 읽힌다. 또 중국의 침공을 초래한다 해도 '대만 독립'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정치인들의 행보에서도 역력하게 엿보인다. 대표적으로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의 반응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점심 식사는 초밥과 된장국이다"라는 글을 단 사진을 올리면서 현재 상황에 대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평범한 대만인들이 보여주는 반응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대일 보복 차원에서 자국민의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를 권고하자 SNS 등을 통해"그렇다면 우리가 일본 여행과 유학에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한다"라는 주장들을 펴면서 최악 상황이 도래할 경우 자신들을 기꺼이 돕겠다는 일본을 응원하고 있다.

대만의 현재 수교국은 12개국에 불과하다. 국제 사회에서는 상당히 외로운 처지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진격의 TSMC(타이지뎬臺積電)의 존재로 인해 경제적으로 프라이드를 느끼고는 있으나 정치적 미래의 불안감에 노심초사하기도 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갑자기 일본에서 나온 복음의 소리를 들으면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분위기까지 만끽하고 있으니 대만 사회 전체에 화색이 돌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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