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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의 배신’ 미국산 감귤, 딸땐 ‘낙과제’ 수입땐 ‘부패방지제’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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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 기자

승인 : 2026. 01. 28. 11:00

4년새 수입량 15배 '달콤' 내세워 시장장악
국내판매제품 화학약제 정보 찾아볼수 없어
"약제 잔류검사 신설 등 검역기준 강화해야"
제주감귤
감귤 크기별 선과작업(왼쪽),)감귤을 따고 있는 송성진씨(오른쪽 위), 여름 더위로 인한 열과한 노지감귤.
대한민국 감귤 1번지, 제주의 겨울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낙과제(Abscission agents)'와 기계 수확시스템으로 무장한 미국산 만다린(미국 감귤)이 한국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한 해에만 7000톤이 넘는 물량이 쏟아지며 노동 집약적인 제주 감귤 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 2021년 500톤 → 2025년 7746톤…물량 공세 현실화
28일 관세청 무역통계(TRASS)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5년 미국산 만다린 수입량은 잠정치 기준 7746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수입량(약 511톤) 대비 4년 만에 15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가격 격차도 위협적이다. 2025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미국산 만다린의 수입 단가는 kg당 2.64달러 선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동기간 국내산 감귤 대비 약 26%, 만감류보다는 14%나 저렴한 수준이다. 무관세 혜택에 대량 생산 시스템이 더해지며 진입 장벽이 허물어졌다.반면 제주 감귤은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통용 노지 감귤의 상품 규격을 완화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다.

◇ 과학적 다수확의 비밀… '이탈력' 낮추는 화학 기술
미국산 만다린이 저가를 유지하는 비결은 '화학적 기계 수확(Chemical-Mechanical Harvesting)'에 있다. 스페인 농업연구저널(SJAR)에 등재된 모레노(Moreno) 등의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규모 농장은 에테폰(Ethephon) 등의 낙과 유도제를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이 약제는 과실이 가지에 매달린 힘, 즉 '과실 이탈력(FDF)'을 인위적으로 약화시킨다. 이후 트렁크 쉐이커(Trunk shaker) 등 진동 기계를 투입하면 과실이 일시에 떨어져, 인력 투입을 최소화한 대량 수확이 가능하다.

제주 서귀포시 하효리 농민 송성진 씨는 "미국은 약제를 뿌려 기계로 쓸어 담지만, 우리는 태풍과 한파를 견딘 과실을 농민이 가위로 하나하나 수확한다"며 "생산 방식 자체가 다른 두 과일이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공정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과연 그 과실이 소비자 입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약'이 얼마나 쓰였는지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먹는지 의문"이라며 농가의 시름을 대변했다.

감귤수확
미국 만다린 탱커방식의 대량 수확장면을 AI로 제작했다. 제주 서귀포 위미리 노지 감귤 수확 장면.
◇ 온라인몰선 '보존제' 표기 실종… '깜깜이' 소비 우려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시중에는 '큐티스(Cuties)', '헤일로(Halos)', '썬키스트(Sunkist)' 등 미국 유명 브랜드가 유통 중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주요 포털 및 오픈마켓 상세페이지 어디에서도 '보존제 사용'에 대한 주의나 설명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미국산 만다린은 장거리 운송 중 부패 방지를 위해 이마잘릴(Imazalil), 티아벤다졸(Thiabendazole) 등 '수확 후 처리제(Post-harvest treatment)'를 사용한다. 이는 잔류농약 허용 기준(MRL)을 충족하긴 하지만, '껍질이 잘 까지고 달다'는 마케팅 뒤에 가려져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 "수입 농산물 검역·방어벽 높여야"… 식탁 주권 지킬 때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관세 장벽이 무너진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수입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대폭 강화하고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s)을 활용한 자국 농업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수입 과일에 대해서도 '수확 후 처리제' 및 '보존제 사용 여부'를 소비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팝업이나 적색 문구로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낙과제 등 국내에서 통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약제에 대한 잔류 검사 항목을 신설하거나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도 시급하다.

제주감귤연합회 관계자는 "이상 기후로 국내 생산량이 불안정한 틈을 타 미국산 물량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정부는 검역과 표기 강화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농가는 품질 고급화와 안전성 홍보로 국산 농산물의 방어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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