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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세단도, SUV도 아닌 그 사이에서 답 찾은 르노 필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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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6. 07.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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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과 SUV 장점 완벽히 직조한 크로스오버
전장 4560mm·연비 15.1km/L 고효율 제원
프랑스 감성에 순정 '티맵' 더한 현지화 편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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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필랑트 외관./김정규 기자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면 편안한 세단이 떠오르고, 캠핑을 계획하면 SUV를 찾게 된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일상은 그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평일에는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짐을 싣고 떠난다.

많은 운전자가 원하는 건 세단과 SUV 중 하나가 아니라 두 장점을 모두 품은 자동차다. 르노코리아의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처럼 다가왔다.

세단의 주행감과 SUV의 공간 활용성을 하나의 차에 담아낸 크로스오버 '필랑트.'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답할 수 없는 차, 그런데 타보니 그 어정쩡함이 오히려 가장 영리한 선택으로 느껴졌다.

시동을 걸고 처음 만난 건 소리가 아니라 정적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실내는 조용했다. 계기판의 속도만 차분히 올라갔고, 엔진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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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필랑트 실내./김정규 기자
르노코리아의 새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예상을 빗나갔다.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온 차였지만, 정작 타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건 세단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필랑트는 르노그룹이 한국을 글로벌 D·E세그먼트 생산 허브로 삼겠다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전장 4915㎜, 전폭 1890㎜에 전고는 1635㎜로 낮게 눌러 앉혔다. 휠베이스는 2820㎜. 덩치는 준대형급인데 높이를 낮춘 탓에 옆에서 보면 패스트백 세단에 가까운 실루엣이 나온다.

파워트레인은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에 구동모터(100kW)와 시동모터(60kW)를 결합한 직병렬 듀얼모터 하이브리드 E-Tech 시스템으로, 시스템 총출력은 250마력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15.1㎞/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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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필랑트 외관./김정규 기자
실제, 경기도 성남과 서울 광화문 일대를 약 80㎞ 오가면서 계기판에는 16.2㎞/ℓ의 연비가 표시됐다. 공인 복합연비를 웃도는 수준이다. 체감 효율이 더 좋았다는 건데, 이유는 출발 구간을 전기모터가 전담하는 구조에 있다. 저속에서는 사실상 전기차처럼 움직이다가, 속도가 붙는 시점에 엔진이 개입하는데 그 전환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끄럽다.

차체가 큰 만큼 움직임이 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반대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향 반응이 오히려 민감한 편이라, 와인딩 구간에서 방향을 바꿀 때마다 차체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고속 구간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잘 제어됐는데, 이는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적용된 결과였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첫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내고, 이어지는 출렁임은 빠르게 잡아냈다.

정숙성도 인상적이었다. 1·2열 모두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들어갔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더해져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이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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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필랑트 실내 2열./김정규 기자
실내에서는 12.3인치 디스플레이 3개를 가로로 이어붙인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이 시선을 끌었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조수석 전용 화면이 하나로 연결된 구성으로, 조수석 탑승자는 운전자와 별개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차는 더이상 지루한 공간이 아니었다.

공간도 넉넉하다. 트렁크는 기본 633ℓ, 2열을 접으면 최대 2050ℓ까지 늘어난다. 쿠페형 루프 때문에 2열 머리 공간이 좁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답답함이 크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쿠페형 루프 탓에 후방 시야가 다소 좁다. 차선 유지 보조가 스티어링 휠을 강하게 미는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전륜구동 중심으로 구성돼 사륜구동 선택지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세단이냐 SUV냐를 묻는 질문에 필랑트는 굳이 하나를 고르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 균형이 오히려 이 차의 가장 영리한 선택이 됐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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