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사 전산운용비 1년새 26.7%↑
애프터마켓 첫날부터 문제점 발생
ETF 확대 땐 운용사 부담도 커져
|
한국 증시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할 수 있는 '12시간 거래 시대'에 들어서면서 증권사들의 전산 안정성이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거래시간이 길어진 데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NXT) 등 복수 시장을 연결하는 주문 시스템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 개장 첫날 일부 증권사에서 주문 처리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향후 24시간 거래체계 구축이 진행되고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으로 거래 대상이 확대될 경우 증권사를 넘어 거래소와 자산운용사 등 시장 전반의 시스템 안정성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3곳(한국투자·하나·토스·키움·카카오페이·메리츠·미래에셋·대신·삼성·신한투자·우리투자·NH투자·KB증권)의 올해 상반기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총 170건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이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토스증권 33건, 키움증권 25건, 신한투자증권 18건, 미래에셋증권 17건 등의 순이었다.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HTS·MTS·홈페이지 등 전산시스템 이용 과정에서 접수된 민원으로 실제 장애 발생 횟수와는 차이가 있다.
과거 전산장애가 대규모 주문 차질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키움증권에서는 이틀간 약 4시간 27분에 걸쳐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124만여 건의 주문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지 않았다. 이후 1만8000여 건의 보상 민원이 접수되자 키움증권은 고객 보상에 대비해 최대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대부분의 민원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2021년 MTS 등에서 약 1시간 10분간 접속 지연이 발생해 총 39억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산장애가 투자자 피해뿐 아니라 증권사의 보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증권사들의 전산 시스템 운영 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주요 13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전산운용비는 4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3409억원보다 26.7% 증가했다. 거래시간 연장으로 시스템 가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안정적인 주문·체결 환경을 유지할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거래시간 연장을 위한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실제 혼선도 발생했다. 지난 14일 NXT 프리마켓에서 미래에셋증권 HTS·MTS의 일부 주문 체결 조회가 지연됐고, 삼성증권에서도 일부 취소 주문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다만 이는 증권사 자체 시스템이 아닌 NXT가 제공하는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거래소 애프터마켓 개설로 SOR 적용 시간이 오후 8시까지 늘어나면서 관련 시스템이 증설·변경됐고, 이를 처음 가동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도 거래시간 연장에 맞춰 전산 인프라와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계정계 데이터베이스(DB) 서버를 업그레이드했고, 거래 종료 시까지 IT 직원이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도록 대응 체계를 정비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향후 거래시간 추가 확대 및 결제주기 단축에도 대비해 지속적으로 IT 인프라와 운영체계를 강화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산 안정성 부담은 향후 거래시간이 추가로 늘어나고 ETF·ETN까지 거래 대상이 확대될 경우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2027년 말 24시간 거래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당초 올해 예정했던 오전 7시 프리마켓도 증권업계의 IT 개발 부담 등을 고려해 2027년 말로 연기했다. 현재 변동성 확대 우려로 KRX 애프터마켓에서 제외된 ETF·ETN은 향후 주식시장의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인한 뒤 거래 시기를 논의할 방침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거래시간 확대의 이점과 함께 시스템 부담을 거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지수형 ETF는 미국 프리마켓과 국내 애프터마켓 시간이 일부 겹쳐 투자자가 현지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정규장 이후에는 실시간 기준가격 산출과 LP 호가·헤지 등 관리 부담이 커지는 만큼 안정적인 가격 형성과 유동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